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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리노 성의의 얼굴과 머리 부분을 확대한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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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도 총독 시절에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통용된 렙톤 동전. |
동전 자국이 토리노 성의(聖衣)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
프랑스의 화폐 연구가 아고스티노 스페라차 박사가 토리노 성의에 나타난 남성의 시신 형상 가운데 눈 부위에 불룩하게 솟은 것은 A.D. 29년쯤 빌라도 총독 시절에 주조된 렙톤 동전<사진> 자국이라고 RCF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밝혀낸 이 자국은 성의의 진실을 입증할 추가 증거”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성 요한 주교좌 성당에 있는 이 성의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감싼 천이라고 전해지는 길이 436㎝, 폭 109㎝ 수의다. 성경은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 등이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40)고 전하는데, 바로 그 아마포다.
이 성의는 30년 전 토리노대교구 의뢰로 조사에 착수한 3개 연구소가 ‘13세기 위조품’이라고 결론 내린 이후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연구소들은 피 묻은 흔적과 못 자국 혈흔, 구타당해 눈 부위가 부어오른 흔적 등 예수의 수의라고 볼 수 있는 단서를 많이 찾아냈다. 하지만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실험 결과 아마포가 1260~1390년 사이, 즉 중세시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는 표본으로 떼어낸 천 조각이 16세기에 화재로 훼손돼 덧대거나, 후대에 여러 사람이 만진 가장자리 끝단이라는 반론에 부닥쳤다. 과학자들도 샘플 채취와 분석 실험 방법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라차 박사가 이번에 눈 부위에 있는 동전 자국을 상세히 규명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통용되던 렙톤 동전 자국이라는 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페라차 박사는 오른쪽 눈 부위 동전 자국에서 로마시대 점성술사들이 점을 칠 때 사용하던 열쇠 모양의 구부러진 막대(lituus) 형상을 포착했다. 왼쪽 눈에서는 제의용 컵(주전자) 형상을 발견했다.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 빌라도 총독이 통용시킨 렙톤 동전과 문양이 똑같다. 또 ‘UKAI’라는 철자를 읽어냈는데, 이는 티베리우스의 카이사르를 뜻하는 그리스어 ‘TIBERIOUCAIKAROS’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유다 사회에는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기 전에 시신 눈에 동전을 얹어 놓는 관습이 있었다. 그리스 사람들도 망자의 입안에 은전 몇 닢을 넣어줬다. 저승으로 가려면 스틱스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때 뱃사공 카론에게 뱃삯을 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례 풍습에 남아 있는 노잣돈 개념이다.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 등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요한 19,40) 시신을 수습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 결과가 결정적 증거가 될지는 미지수다. 학설과 주장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교황청도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놓자는 입장이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