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 삼각산 자락에 있는 500년 고찰 화계사(華溪寺). 초여름의 신록이 우거진 이곳에 6월 22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전국 15개 교구와 8개 수도회 부제 140여 명이 주교회의가 2박 3일 일정으로 주관한 ‘2017년 가톨릭 부제들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일정의 하나로 절을 찾은 것.
저녁 공양(식사)을 하고 연꽃 차를 시음한 부제들은 스님들의 안내를 받아 사찰을 둘러보며 불교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불교의 핵심 전례인 예불 참관과 수암(화계사 주지)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불교를 이론과 함께 몸으로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2012년에 시작된 ‘부제들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는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부제들이 한데 모여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친교를 나누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부제들은 6월 21일 서울 중곡동에 있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데 이어 22일에는 원불교 강남교당(세곡동)과 정교회 한국대교구청(아현동), 화계사를 찾았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주한 교황대사관(궁정동)을 찾아 교황청과 한국 교회의 일치를 확인한 뒤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한남동)과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정동)을 방문해 각 종교의 교리와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조창모(예수회) 부제는 “다른 종교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종교의 가치나 삶의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부제들을 호의적으로 맞아준 다른 종교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상민(서울대교구) 부제는 “서로 다른 신앙을 고백하고 있지만 평화와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를 위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게 종교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사제품을 앞두고 평소 만날 기회가 거의 없던 다른 교구 부제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부제들을 환대한 수암 스님은 “종교 간 대화가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일상이 되는 세상이 와야 한다”며 부제들이 하느님 사랑을 세상 곳곳에서 피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존재가 되기를 축원했다.
글·사진=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