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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가 만료된 뮐러 추기경(가운데)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바티칸 공보실이 전했다. CNS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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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된 페레르 대주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 성향의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을 해임했다. 후임으로 신앙교리성 차관인 루이스 페레르 대주교(73)를 1일 임명했다. 페레르 대주교는 스페인 예수회 출신이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발탁으로 2012년 바티칸에 입성한 뮐러 추기경의 5년 임기는 이달 2일 만료됐다. 교황청 장관직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임기를 연장하는 게 관례다. 뮐러 추기경은 올해 69세다. 한 차례 더 장관직을 수행하고 은퇴하는 게 수순처럼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들이 “개혁 의제를 놓고 충돌해 온 보수파의 거두 전격 해임”이라는 식의 논조를 펴고 있으나, 이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신앙교리성은 가톨릭 신앙과 도덕에 관한 사안을 관장하는 핵심 부서다. 신앙의 원칙에 반대되는 내용을 가려내고, 관련 범죄에 대한 판결도 내린다. 이 같은 신앙 수호 업무 특성상 교황의 개혁 의지, 이를테면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건 등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원론적 수준에서 약간 다른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그렇다고 교황과 충돌해 온 껄끄러운 관계는 아니다.
뮐러 추기경은 독일 일간지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교황과 나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 교황은 장관직 연임 관례를 점차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그 의지가 적용된 첫 번째 사례일 뿐”이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교황은 임기 초부터 교황청 개혁과 관련해 “책임자 몇 명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며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려면 그 전에 태도와 사고방식부터 개혁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교회 안에 매사 ‘아니오’라고 말하는 부류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자 몇 명 자르는 식의 개혁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극보수의 저항에 속도를 늦추거나 뒤를 돌아보는 일 없이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2016년 7월 아르헨티나 언론인들과의 대화)
하지만 과거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 온 부서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위축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약 20개에 달하는 성(省)과 평의회는 많은 ‘지침’ ‘교령’ ‘공지’ 등을 지역 교회에 내려보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그런 문서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신앙교리성만 하더라도 전 세계 교회에 적용되는 문서를 해마다 서너 개씩 발표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4년간 그 수는 한 손에 꼽힌다. 전례와 성사에 대한 규정과 촉진 업무를 담당하는 경신성사성의 역할도 급격하게 줄었다. 전통주의자에 속하는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은 1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전례 방식을 공공연히 권장하다 교황의 면담 호출을 받은 적이 있다. 교회에 관료와 관료 기구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글로벌 펄스’의 로버트 미켄스 편집장은 이에 대해 “교황은 교황청 기구들을 우회(迂廻)하면서 보편 교회의 면모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