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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 밀려들어온 토사와 흙더미에 뒤덮인 청주 송절동본당 회합실과 창고, 주방을 복구하기 위해 본당 신자들이 애쓰고 있다. 장광동 명예기자 |
말 그대로 기습 폭우였다. 3시간 40분 만에 퍼부은 비의 양은 무려 292㎜. 16일 이 기습 폭우로 충북 청주시와 증평ㆍ괴산군 일대 청주교구 본당과 사회복지시설, 신자 주택과 상가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속출했다.
성전 신축 부지 옆 카리타스요양원 1층을 빌려 미사를 봉헌해 온 청주 송절동본당(주임 이준연 신부)에서는 이날 교중 미사를 시작한 지 10분도 못 돼 신축 부지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밀려 내려온 토사는 본당 회합실과 주방, 창고로 쓰던 조립식 건물을 덮쳤다. 성전 신축을 위해 쌓아 뒀던 충북 영동 특산 표고버섯과 사과즙은 물론 아르헨티나에서 한 교우가 성전 신축에 써달라며 기증한 와인까지 다 흙더미에 묻혔다. 냉장고와 주방용품, 에어컨 등 비품도 피해를 봤다. 성당 창고는 임시 건물이라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본당 평협 박구희(도미니코) 회장과 안득현(빈첸시오) 부회장 등의 자재 창고와 자택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8일 기공식을 갖고 성전 신축의 꿈에 부풀어 있던 터여서 본당 공동체의 충격은 더 컸다.
이준연 신부는 “산사태가 교중 미사 중에 일어났지만 신자들 인명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청주본당(주임 조병환 신부)은 성당 현관 앞까지 물이 들어차는 바람에 주일 미사 2대를 봉헌하지 못했다. 본당 관할구역에선 신자 대여섯 가구를 포함해 인근 10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
청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심천 인근 하수구가 범람해 청주 모충동본당(주임 황광현 신부) 관할 구역도 피해가 컸다. 성당 교육관은 지하에 물이 고여 양수 펌프로 퍼냈지만, 신자 10여 가구를 포함해 인근 주택과 상가들은 물에 잠겼다. 본당 평협 김문식(베드로) 회장은 “본당 주변 신자들 피해만 파악했지, 멀리 사는 분들은 아직 파악도 못한 상황”이라며 “구역장들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대로 신자들과 함께 복구를 돕겠다”고 전했다.
청주 덕암본당(주임 정상기 신부)도 성당 지하 창문을 통해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지하 강당과 교리실 벽이 무너지고 1.2m가량 물이 찼으며 본당 신자들 피해도 잇따랐다. 덕암성당 인근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이명우(야고보)씨는 “인근 아파트 저수조가 역류하면서 성당과 주택, 상가가 1m 넘게 물에 잠겼고, 물이 역류한 지 1시간 만에 3000여 만원 상당 방앗간 기계와 쌀, 잡곡 등이 모두 물에 잠겨 큰 피해를 봤다”면서 “식구들을 인근 고지대 아파트로 피신시키고 혼자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충북재활원(원장 김상수 신부) 역시 산사태에 휩쓸려 건물 사이 마당과 운동장이 개울처럼 변해 복구를 위한 중장비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건물 지하도 침수돼 전기와 수도 등이 끊겼다.
괴산 청천본당(주임 이건희 신부)에선 교중 미사를 마치고 자택으로 귀가하던 차춘덕(야고보, 78)씨가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건희 신부는 “농지 수몰 피해가 크고 일부 펜션까지 모두 물에 잠긴 데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본당 공동체의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교회 내에선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ㆍ전주 카리타스 봉사단은 19일 청주상당노인복지관 등지에서 피해 복구 활동에 나섰다. 청주교구는 23일을 수재민을 위한 특별 기도의 날로 정하고 당일 2차 헌금을 실시, 22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인명 피해와 농경지 침수로 어려움을 겪는 본당과 신자를 돕기로 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