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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가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힘 기자 |
핵발전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7월 24일 정부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탈핵으로 나아갈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는 단순히 발전소 몇 개를 짓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핵발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된 공론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성명서를 발표, “눈앞의 이익만으로 핵발전이 초래할 폐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 △건설에 참여한 기업들의 손해 △핵발전소 건설 중단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입게 될 손해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손해 △발전량 감소로 말미암은 전기료의 원가 상승 요인 등 국민에게 가중될 경제적 부담을 거론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이 아무리 커도 핵발전소 공사를 계속하느냐, 중단하느냐의 선택은 경제적 시각에서만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경제적 가치가 상쇄할 수 없는 더 숭고한 가치, 곧 현 세대와 미래 세대,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이 좌우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핵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경우, 이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현안 해결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몫”이라고 못 박았다.
강 주교는 또 중대한 국책사업 추진을 ‘소수 전문가집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73년 ‘전문가들’에 의해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한 모자보건법 제정과 산아제한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절벽 시대에 돌입하게 된 점을 예로 들었다. 2010년부터 “전문가들에 맡기라”며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강행한 4대 강 사업이 생태계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강물과 하구, 바다까지 녹조로 얼룩지게 만든 것도 꼽았다.
강 주교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존중하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한된 전문가 집단이 모든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국민 다수의 기본적 인권이나 생명권과 관련된 사안에 국민 스스로가 미래 세대까지 포함한 국민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선택을 정책에 반영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핵발전, 혹은 탈핵으로 나아갈지를 좌우할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에 두 가지를 주문했다. 우선 공론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방해 국민과 충분한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공론화 과정에서 핵발전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 대한 정보와 함께 윤리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 명확히 제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강 주교는 이를 위해 핵발전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독일 정부가 행정관료나 기술자, 전문가뿐 아니라 종교인이나 학자들이 동참하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린 경험을 본받을 것을 촉구했다.
강 주교는 이어 “다른 일은 실패하면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지만, 핵 발전소 건설 문제는 아무도 책임을 질 수 없다”며 “그래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주교는 끝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부가 선택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되도록 많은 국민이 핵발전에 관한 올바른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이 땅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결정에 동참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