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 3000명 설문조사서 드러나 무신론자조차 종교에 대한 신뢰 높아
“A는 노숙인 5명을 끔찍하게 살해한 연쇄 살인범입니다. 어릴 때도 동물을 많이 학대했습니다. A는 무신론자일까요, 아니면 종교를 갖고 있을까요?”
미국과 영국의 대학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A는 ‘무신론자’라고 단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 많았다.
설문조사는 13개국 3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매우 세속화된 나라로 분류된 네덜란드와 중국에 사는 사람이건, 종교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사는 사람이건 결과는 비슷했다.
이 연구팀을 이끈 미 켄터키주립대의 윌 저바이스 교수는 “이 결과는 신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신론자가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편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꿔말하면 사람들은 종교 유무에 상관없이 종교는 부도덕한 행위를 하려는 유혹을 막는 ‘도덕적 보호 장치’라는 믿음을 붙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무신론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도 A를 직감적으로 무신론자라고 단정한 사람이 많았다”며 “무신론자들조차 반(反) 무신론적 편견을 가진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결과는 깊이 내재한 친 종교 규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신론자는 부도덕하다는 고정 관념은 종교적 가르침이나 영향 등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연구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Nature Human Behaviour)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