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이 시국 성명을 발표하거나 정부의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발표할 때면 왜 사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고 못마땅해 하는 신자들이 있다. 교회 신문에 몸담고 있다 보니 나 역시 때로는 비난조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신부님들이 정치 권력을 잡으려 하거나 뭔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런 발언을 한다면 문제겠지요. 하지만 공동선과 사회정의를 위한 발언이라면 신부님들의 발언을 ‘정치적’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사제가 특정 정당을 대놓고 지지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하고 그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합당하다. 물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자의 양심적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정당이나 정치 연합에 가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이며 그러한 결정은 적어도 그 정당들과 강령들이 그리스도인 신앙이나 가치들과 양립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간추린 사회 교리」 574항) 달리 말하면 그리스도 신자들은 교회가 고백하는 신앙이나 가르치는 가치에 부합하는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가르치는 이상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정당이 얼마나 있을까? 교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언명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교회 구성원의 윤리적 요구에 완전히 부합하는 정당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한 정치연합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지지는 결코 이념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언제나 비판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정당과 그 정당의 정강이 인간의 영적 목표를 포함하여 참된 공동선 달성에 더욱 성실하도록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73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흘렀다. 정부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개혁과 적폐 청산에 힘을 쏟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국민들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갈수록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 있다. 인사 문제다. 초기의 참신하다는 평가와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문제가 불거졌다. 많은 잡음 속에 고위 공직 후보자 7명이 낙마한 것이 잘 말해 준다. 이제 중앙부처 장차관급 인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정부 부처 산하의 공공 기관의 장들과 지방 공기업 기관장들의 인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벌써 사표를 제출한 기관장들도 있는가 하면 사표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장들도 있다. 어떤 장관은 “국정철학이 맞아야 같이 한다”는 말로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물갈이 예고와 함께 후임 인선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정철학의 공유’라는 그럴듯한 포장 속에 전문성이나 역량, 도덕성보다는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식의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경륜과 전문성보다 ‘당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냐’가 인선의 우선적 기준이 된다면, 이는 이 정권이 청산하고자 하는 적폐의 답습이 아닐 수 없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믿음을 두는 가치와 그들이 이웃에게 봉사하도록 북돋워 주는 가치를 확립하여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927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