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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교구 사회복지회장 현경훈 신부가 교구와 수도회 유지재단과 사회복지법인의 조직 분리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교구ㆍ수도회 유지재단과 사회복지법인 분리 문제가 대두한 것은 최근 가톨릭 시설이 사회복지 관련 법률에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톨릭 시설에 대한 행정 당국의 감사나 회계감사, 지도 점검 등이 강화된 데다 교구 법인이나 대표에 대한 연대책임 추궁, 해당 시설 책임자의 형사 책임 문제 등이 불거진 것도 법인 분리 문제가 떠오른 배경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문제가 교회의 복음적 열정이나 봉사, 애덕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교회의 카리타스(Caritas) 실천과 사회복지 관련 법률 시행 과정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복지 행정 체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복지 국가화 현상’을 교회가 따라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봉사와 희생, 성실로 땀 흘려 수행해 온 교회의 애덕 실천만으로는 사회복지 활동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인 것이다.
교회가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말씀 선포, 전례 거행과 함께 사랑 실천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교회의 3중 직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교구ㆍ수도회 재단과 사회복지법인의 분리다. 복지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구나 교구장이 사회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례가 생겨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교구나 수도회 재단에서 사회복지법인을 떼어내자는 제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들 사회복지시설을 재산 분리와 조직 분리(인적 분할), 정관 변경을 통해 교구 법인에서 떼어내 사회복지재단으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물론 교구 시설의 출연에 다른 재산권 상실과 시설 재수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 해당 시설장의 고용 불안 문제 등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교구나 수도회 재산이 출연된다고 해도 교회가 사회복지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한 교회 관할의 애덕사업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라면, 재수탁 불발의 경우나 고용 불안 문제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전국 사회복지시설은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13개 분야 1500여 개에 이른다. 교회 사회복지법인 분리가 앞으로 제대로 이뤄지게 된다면, 15개 교구 사회복지회(국)는 교구 소속이 아니라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새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과제는 남는다. 교회의 카리타스 실천에 기반을 둔 사회복지 활동의 전문성을 키우고 사회복지 실천 역량과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문제다. 자칫 카리타스 정신을 갖추지 못한 채 ‘사랑이 결핍된 사회복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바른 카리타스 실천을 위해 사회복지 영역에서 교회의 근본적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