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협의회는 1968년 5월 31일 주교회의의 결의에 따라 그 소임을 맡은 황 베드로 주교님의 주재로 동년 7월 23일 각 교구 평신자 대표와 가톨릭 액션 단체 전국 대표가 대전교구 주교좌성당 구내에 있는 강당에 모여 그 창립을 보게 되었으며….”
50년 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한국 평협, 당시엔 ‘한국 가톨릭 평신도사도직 중앙협의회’)의 창립 성명서 첫 대목이다. 창립 성명서를 보면 한국평협은 “각 교구 평신도 대표단 및 전국적인 모든 평신도사도직 단체 대표단의 협력체”로서 다섯 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1) 평신도사도직 활동의 촉진 지원 2) 각 사도직 단체들의 교류와 협력 3) 평신도사도직 육성 및 전국 또는 각 교구의 모든 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나라 성화에 기여 4) 나라 성화를 위한 종교 도덕 사회 문제 연구 5) 국제기구의 일원으로 세계 평화 운동에 기여 등이다. 창립 성명서에 나오는 평협의 성격과 목적은 같은 날 총재 주교의 인준을 받은 창립총회 회칙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각 교구 평협들이 제대로 조직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전국 단체들도 몇 단체 되지 않았지만 한국평협의 출범 취지는 분명했다. 총재 주교의 지도로 평신도를 대표하는 기구인 평협을 통해 평신도사도직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때였지만 한국평협의 출범은 특별히 평신도와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실천에 옮기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한국평협이 지난해 가을 주교회의에 건의해 평협 설립 50주년인 올해를 평신도 희년으로 지내게 된 데는 출범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 평협의 자기 자리를 점검하고 평신도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원년으로 삼겠다는 다짐 또한 들어 있다.
한국평협은 지난 50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한국 천주교회만큼이나 큰 성장을 이루었다. 출범 당시 11개 교구 평신도 대표가 참석했지만 교구 평협 또는 평협에 준하는 조직을 갖춘 교구는 3개 교구에 불과했다. 교구 또는 전국 단체들도 가톨릭노동청년회, 가톨릭언론인협의회, 여성단체협의회, 서울ㆍ대구 의사회, 부산 가톨릭 지성인회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에 비해 오늘날에는 전국 16개 교구평협(또는 평단협)과 20여 개의 전국 단위 단체들이 회원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평신도 희년을 맞아 본래 자리로 돌아가 출범 당시의 정신 또는 취지를 얼마나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비판적 성찰의 여지 또한 적지 않다. 이는 한국평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협 활동 대부분이 사실상 교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각 교구평협들 또한 평신도 희년을 맞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교구평협 회장 선임 문제다. “회장은 고문단(역대 회장들)과 회장단(회장 부회장 감사 사무총장) 회의 합의로 추천하고 교구장이 동의한 3명 이내의 후보자 가운데서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하며, 추천된 후보가 1인일 경우에는 총회에서 투표 없이 동의 절차만 거칠 수 있다.”
한 교구평협 회칙에 나오는 회장 선임 규정이다. 그런데 회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라 고문단과 현 회장단이 합의해서 1명만 추천해도 그 사람이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성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아무리 봉사 조직이라 해도 대표 선임은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