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78만 1000원이다. 비정규직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는 ‘88만 원 세대’도 옛말이 됐다. 지금의 20대는 ‘77만 원 세대’로 불러야 할 판이다.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어서다.
글라렛 선교 수도회가 최근 서울 정릉시장 입구에 문을 연 식당 ‘문간’은 이러한 77만 원 세대를 위한 밥집이다. 푸짐한 김치찌개 한 냄비에 공깃밥은 무제한으로 준다. 가격은 3000원. 돈이 없어 굶거나, 편의점에서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에게 한 끼라도 든든하게 먹여야겠다는 수도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수도회 신부님이 건네주는 펄펄 끓는 김치찌개야 말로 청년들에겐 그 어떤 복음 말씀보다 뜨겁게 다가올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톨릭노동청년회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모여 있는 서울 영등포 노량진에 청년들을 위한 쉼터 ‘친구네’를 만들었다. 가톨릭노동청년회 본부 건물 일부를 청년들을 위해 기꺼이 개방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쉬었다 갈 수 있고, 외부에서 가져 온 음식도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글라렛 선교 수도회와 가톨릭노동청년회는 가톨릭교회 청년사목의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경쟁과 소비에 치이고, 저임금과 비정규직 일자리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신앙생활이 때론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는다. 청년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가톨릭교회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77만 원 세대에겐 따뜻한 밥 한끼,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작은 공간도 위로가 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