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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커플의 혼인성사를 주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항공사 승무원 커플이 3만 6000피트 상공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18일 남미를 순방 중인 교황을 태우고 칠레 산티아고에서 이퀴케 공항으로 향하던 부부 승무원은 “8년 전 지진으로 성당이 파괴되는 바람에 혼인성사 예약이 취소돼 때를 놓쳤다”며 교황에게 혼인성사를 부탁했다. 이미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두 자녀를 둔 라탐(LATAM) 항공사 소속 카를로스 시우파르디(41)와 파올라 포데스타(39)씨다.
교황은 “정말 원합니까? 확실합니까?” 하며 이들의 의사를 두 번이나 확인한 뒤 3만 6000피트 상공에서 ‘즉석’ 혼인성사를 거행했다. 이들은 옆에 있던 항공사 사장을 증인으로 세웠다.
교황은 부부가 준비해온 예물반지를 축복한 뒤 주례사를 겸해 익살스러운 농담을 했다.
“반지가 너무 꽉 끼면 안 돼요. 그건 고문이에요. 그렇다고 헐렁해도 안 돼요. 잃어버릴 수가 있으니까.”
이어 두 사람의 손을 포개 잡고 ‘진짜 부부’가 됐음을 선언했다. 교황은 즉석에서 혼인 증서도 만들었다. 깨끗한 종이를 한 장 달라고 해서 두 사람의 서명을 받았다. 동승한 칠레 추기경도 증인 중 한 명 자격으로 서명했다.
부부가 혼인성사를 마치고 일반석 쪽으로 걸어나오자 수행 기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새신랑 시우파르디씨는 “역사적이고 흥분된 순간”이라며 “교황님은 반지 얘기와 함께 세상에 참으로 필요한 성사가 혼인성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예식이 혼인성사를 올리지 않고 사는 부부들에게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