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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8년 제주 4·3 당시 살아 남기 위해 산으로 도망가 움막을 짓고 숨어 지내는 제주 주민들 모습.
제주학연구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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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가 기자 간담회에서 4·3 70주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주 4·3에 대한 신앙적 성찰을 통해 당시의 참혹한 죽음과 희생을 가슴 아픈 과거의 기억으로 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 화해와 상생의 꽃으로 피어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문창우(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는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특별위원회의 발족 취지를 이같이 밝히고, 제주교구를 넘어 한국 교회 전체가 4·3 70주년 기념 활동을 함께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 사태,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문 주교는 “70주년이 지나면 4·3을 직접 겪었던 대다수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며 “제주 지역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갈등을 남긴 4·3의 역사적 진실과 신학적 반성을 토대로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에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하신 후 4·3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신 강우일 주교님이 4·3을 신앙의 주제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강 주교님은 70주년을 앞두고 4·3을 제주교구만이 아닌 한국 교회 차원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면서 지난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셨고, 주교단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70주년 기념사업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문 주교는 “하늘과 땅을 나누고, 교회와 세상을 나눠 보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간 삶의 무대가 곧 하느님의 활동 영역이라는 것이다.
“과거 교회는 세상을 소홀히 하고 영원한 하느님 나라만 중시한 경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고통받고 억압받는 이 세상이 구원의 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신학의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맺는 모든 사건이 신앙의 과제라는 인식이 생긴 거죠. 그런 의미에서 4·3 역시 신앙과 신학의 중요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 주교는 “역대 어느 교황보다 세상을 향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4·3과 관련한 위로 메시지를 청하고자 한다”면서 “주교회의 춘계 정기회의를 거쳐 교황님의 위로 메시지와 주교단의 특별 담화가 성사된다면 우리 사회에 4·3이 신앙의 주요 문제임을 공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주교는 “4·3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 보는 순간 이념적 구도에 갇히게 된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화합과 상생의 눈을 주문했다.
“4·3 당시 희생당한 3만여 명 중에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죽은 이들도 있지만 이념과는 아무 상관 없이 살해당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너무 많지만 가해자라고 나서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제주 4·3 특별법 제정이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은 보복이 아닌 용서와 화해로 상생하자는 기조가 여야를 떠나 큰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특별위원회 활동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와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황경원 신부가 함께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 주요 계획도 발표됐다.<도표 참조>
글ㆍ사진=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