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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22) 본드보다 더 강한 순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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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수도원 점심식사 때 떡꼬치가 나왔습니다. 나는 다른 밑반찬과 함께 떡꼬치 2개를 식판에 담았고, 떡꼬치를 꼭? 꼭- 씹어 먹으며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입 안에서 뭔가 단단한 것이 씹혔습니다. ‘어, 이상하네, 뭐지?’하며 입 안에 있는 것을 형제들 몰래 뱉었더니 썩은 어금니 위에 도금해 씌웠던 금니가 떡꼬치에 붙어 빠진 겁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속으로, ‘연초부터 어금니 씌운 것이 빠지다니, 이거 불길한 징조인데!’

암튼 티 나지 않게 입 안에 있는 어금니 씌운 것을 뱉은 후, 시간 나면 치과에 가서 다시 씌울 겸 휴지에 잘 싸서 접시 옆에 두었습니다.

옆 자리에서는 후배 신부님이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휴지를 풀어 어금니에 씌웠던 것을 후배 신부님 앞으로 ‘톡?’하며 던졌습니다. 그러자 그것을 본 후배 신부님은,

“어, 강 요셉 수사님, 이게 뭐예요? 가만…, 헐, 금이네요.”

그러자 나는 후배 신부님의 얼굴을 쳐다본 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응, 금이야!”

후배 신부님은 방긋 웃으며,

“이게 금이면, 금방에 가서 돈으로 환불하면 좋겠네요.”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형제가 가서 환불 좀 해줄래?”

“제가요? 아니 제가 어떻게. 이 금의 주인이 가셔야죠. 그런데 이 금은 어디서 났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방금 내 입 안에서 톡 ?하고 튀어 나오더라.”

내 말을 듣고 후배 신부님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나는 입을 ‘아-’ 벌린 후, 그것이 뽑힌 자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때야 상황을 알아차린 후배 신부님은 나를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어쩌다 그런 일이…. 빨리 치과 가셔서 다시 씌워야 할 텐데.”

“치과는 무슨 치과. 그냥 식사 후 내 방 가서 본드를 발라 다시 붙이면 되는데.”

나의 이 말에 측은함과 놀라움을 더한 후배 신부님은,

“뭐라구요? 본드로 붙여요? 그런 거 원래 반드시 치과 가서 하는 거 아닌가요?”

“에이, 뭐 이 정도 가지고. 방에 가서 본드 발라 어금니에 씌우면 금방 붙을 거야.”

“정말, 병원 안 가시고, 수사님 방에서 하시게요?”

“이런 거, 그냥 본드 발라 붙이면 다 붙어. 뭐 안 되면 순간접착제를 바르든지….”

“수사님, 제발 좀, 병원에 꼭 가 보셔요.”

후배 신부님은 내가 정말 방에서 본드나 순간접착제로 어금니에서 빠진 것을 붙이는 줄 알았습니다. 아, 좀 부끄럽네요. 사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한 말인데, 후배 신부님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걱정을 해주니 고맙기도 하다가도 계속…, 놀려 먹었습니다. 식사 후 방으로 돌아온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이그, 화상아. 어금니 씌운 것이 빠져 불길한 징조가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한 형제를 그렇게 놀려 먹으니 어금니가 화가 나서 스스로가 빠진 거야. 너는 도대체 언제 철들래!”

연초부터 어금니 씌운 것이 빠져, 그 찝찝함을 잊으려고 순수한 우리 후배 신부님에게 얄궂은 장난을 친 나! 그러나 그 어떤 불순한 마음도 진심, 순수한 마음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살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만날 때면 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내적인 온유함이란…. 본드보다, 순간접착제보다 더 강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본래 인간이 지닌 가장 순수한 마음은 하느님 사랑을 그대로 닮은 듯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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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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