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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청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신자들 곁을 지나가는 모습. 【CNS 자료사진】 |
바티칸과 중국의 외교 관계 수립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변수가 나타났다.
전 홍콩교구장 젠 제키운(86) 추기경의 강력한 반발이다. 그는 수교 협상 합의안(미공개)에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최근 “본토 (지하 교회) 신자들은 바티칸이 공산당에 굴복하려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황청은 불법 축성된 주교를 인정하고, 그들을 교구장좌에 앉히기 위해 사도좌에 충성해온 주교 2명에게 퇴위를 종용했다”면서 ‘우려’, ‘배신감’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것이다.
수교 발표 임박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은 마무리돼 가는 분위기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가 발행하는 ‘글로벌 타임즈’는 논평을 통해 “베이징과 바티칸은 곧 외교 관계를 수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인민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수교 협상이 타결되면 가톨릭에 굉장한 이득이 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몇 달 내 주교 임명에 관한 큰 틀의 합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건 역사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쟁점은 주교 임명권
제키운 추기경은 중국의 종교 통제ㆍ관리 정책과 그 정책에 협력하는 관변조직 천주교 애국회를 줄곧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위 성직자의 공개적 불만 표시는 예상치 못한 변수라 바티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티칸은 대변인을 통해 “교회 인사들이 사실과 반대되는 발언으로 혼란을 증폭시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상황을 파악하려면 협상 테이블에 오랫동안 올려져 있던 ‘뜨거운 감자’인 주교 임명권을 봐야 한다. 주교 임명권은 당연히 교황에게 있다. 하지만 중국은 1949년 공산 정권이 집권한 후 교황청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주교를 임의로 임명, 축성해왔다. 이른바 자선자성(自選自聖)에 의한 불법 주교들로, 교회법상 파문 대상이다. “성좌의 위임 없이 어떤 이를 주교로 축성하는 주교와 또한 그에게서 축성을 받는 자는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교회법 제1382조)
하지만 교황청은 불법 행위를 인내하면서 대화와 설득 전략을 취해왔다. 대규모 파문 제재를 내릴 경우 중국 교회가 또 하나의 ‘성공회’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주교 서품에 관한 권한과 개입은 “종교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정치적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중국 교회에 보내는 서한, 2007)라고 설득했다.
중국도 나름의 논리는 있다. 청나라 말기에 서구 식민제국 열강에게 혹독하게 당한 경험이 있는 터라 외부 세력의 영향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당시 서구 열강이 십자가를 앞세워 진출했다고 생각한다.
양국은 주교 임명시 정부 승인 절차를 거치되, 최종 권한은 교황에게 있다는 합의 조항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주교 7명은 정부 요구대로 교구장에 임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키운 추기경이 반발하는 게 이 문제다. 그는 “본토의 형제자매들은 가난과 투옥, 피 흘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가족’(교황청)에게 당하는 배신”이라고 성토했다.
지하 교회와 공식 교회 갈등 치유
외교 관계가 수립되면 바티칸이 서둘러야 할 일 중 하나가 지하 교회와 공식 교회 간의 갈등 치유다. 갈등의 골은 매우 깊다. 그렇다고 두 개의 교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 교회는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한 미등록 공동체, 공식 교회는 정부가 승인한 공동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지하 교회는 공산당이 교회를 바티칸과 떼어놓으려고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재산 몰수, 투옥, 강제노동 등 온갖 시련 속에서도 당 통제에 따르지 않고 사도좌에 충성해왔다. 공식 교회 신부가 지하 교회의 ‘불법적’ 종교 활동을 공안 당국에 고발하는 일도 빈번했다. 갈등과 분열은 피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교회 역사는 화해를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지 않고는 참된 친교를 표현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며 △기억의 정화 △잘못에 대한 용서 △사랑의 회복 등 대희년 정신을 상기시킨 바 있다.
대만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수교 조건으로 내세운다. 현재 유럽에서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가 바티칸 시국이다.
한편,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동체 간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주교 임명권만 적절히 처리되면, 나머지 문제들은 중국 교회가 살아 있는 친교의 공동체가 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