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장애인들이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 길에 나서 장애인 해외 성지순례의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전담 유창연 신부, 이하 사목부)는 3월 3~6일, 3월 10~13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실시했다. 지체선교회, 시각·농아선교회 등 사목부 내 20명의 장애인과 봉사자 28명이 함께한 순례는 순교영성을 배우고 체험하는 장이었다. 아울러 ‘장애를 갖고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기회로 뜻 깊었다.
‘일어나 가자!’를 주제로 한 순례는 후쿠오카 오무라·오바마·운젠·시마바라·나가사키 지역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일본 26위 성인 순교지,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등을 돌아보며 일본교회 순교 역사는 물론 골 깊은 한국과 일본 역사의 관계, 세계평화 문제 등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목부가 해외 순례 행사를 마련하게 된 것은 “해외 나가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또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삶 속에서 순교영성을 살고 기도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가 컸다.
순례는 2016년 기획에 들어가 2017년부터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 이동 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현장 답사만 두 차례를 다녀왔다. 준비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경비문제였다. 대다수 장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순례 경비 중 절반 정도를 지원한 사목부는 1년 전부터 순례를 공지하고 매달 순례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는 방안을 제공했다.
봉사자를 구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봉사자들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목부는 피정과 기도 등으로 내적인 순례 준비도 함께 독려했다. 지난해 9월 2박3일간 순교 영성 피정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묵주기도 100단 봉헌,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전기 「나가사키의 노래」 읽기 등 다양한 프그램을 진행했다.
순례 참석자들은 “처음 와보는 해외 성지순례다 보니 가는 장소마다 감동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애쓰는 봉사자들 모습 속에서 나눔과 베풂의 은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수(알비노·56·대전 버드내본당)씨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장애인들도 해외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꿈이 실현돼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유창연 신부는 “순례를 통해 ‘장애가 있어서 못 한다’가 아니라 ‘장애가 있지만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이 시대 순교를 어떻게 할까’라는 물음 속에 신앙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