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마지막 주간에 맞는 25일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다. 전례 기간 중 가장 거룩한 주간이라 불리는 성주간(聖週間)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성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그리고 깊이 느낄 수 있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라면 성주간의 어느 한 날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수난과 영광의 장소인 예수살렘에 입성하는 것을 기념한다.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는 사제들이 함께 모여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한다. 그리스도께서 사제직을 세우심을 되새기며 사제단의 친교와 일치를 확인한다.
이 날 저녁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설정하신 성체성사를 기념한다. 이 미사부터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된다. 성삼일은 주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성금요일, 주님 부활을 기다리는 성토요일, 예수 부활을 선포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다.
성주간이 가장 중요하고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수난과 죽음을 이긴 부활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당하셨지만 그 죽음을 통해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죽음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역설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짊어진 그리스도의 희생과 조건 없는 사랑을 발견하고 기쁨을 노래한다. 십자가의 고통과 수난, 희생과 사랑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기쁨이다.
교회는 성주간을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받고 함께 부활한다. 죽음과 부활이라는 사건을 단순히 기념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체험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