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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일치 기도 23년째… 결실 하나씩 이뤄지길

[특별기고]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2018 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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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나라 정상의 서명이 포함된 표지석을 제막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휴전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4월27일. 판문점의 하루는 꿈과 현실과 드라마가 뒤섞인 듯 흘렀다.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2)라고 기뻐하는 다윗의 순례 노래는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 해거름이 밀려올 무렵, 남북 정상은 13개 항의 평화 헌장을 발표했고, 겨레는 물론 전 세계인들은 생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둠이 내린 비무장지대, DMZ에서 남북 지도자들은 헤어졌던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인 군사분계선에서 문배주에 기분 좋게 얼굴이 붉어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져 갔다.



남북 관계, 전면적 개선

2018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남겼을까? 우선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과 발전이 눈에 들어온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정착도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합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남북관계 개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점이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발표된 3개조 13개 항의 합의사항 중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 분야 9개항은 물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서도 불가침이나 단계적 군축 등 추후 남북 양자 간 실천이 요청되는 의제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북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오는 5월부터 남북한 장성급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체육회담 등이 잇달아 열린다. 판문점 선언 2조에서 합의한 적대행위 중지나 서해평화수역,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 등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크게 준다. 중국 어선의 앞마당이던 서해 어장에서 남북 어민들이 함께 꽃게를 잡는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먼저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합의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해 평화수역만 해도 북방한계선(NLL) 중심의 등(等)면적 설치를 주장하던 남측과 NLL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북측이 맞서면서 어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린 채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 노동신문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전재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당장 5월에 열리게 될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 여부였다. 판문점 선언 3조 4항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관계에서는 최초로 비핵화의 범위와 수준을 포괄적으로 언급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달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어야 할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꿴 셈이다. 노동신문은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정상회담 다음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교회의 기도 운동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꾸준히 추구해온 화해와 평화의 가치라는 잣대로 볼 때 더욱 빛나는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가톨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앞장서 실천해 왔다. 1995년 3월부터 서울대교구에서 시작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23년이 넘도록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교구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캠페인을 통해 한국전쟁 이전 북한에 존재하던 57개의 본당을 기억하며 이들 본당의 영적 신자가 되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도 분단 70주년이던 2015년부터 매일 밤 9시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함께 주모경을 바치는 기도 운동을 계속해왔다.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없애고자 하는 보편 교회의 정신에 비춰볼 때도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뗐다. 교황청은 유엔 회원국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옵서버에 머무를 정도로 국제정치에서의 중립성을 견지해왔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몇몇 국제기구에는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사용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인류 공멸’이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회의 엄중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착좌 이후 핵무기의 개발과 사용에 반대하는 보편 교회의 목소리는 두드러졌다.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한 2016년 IAEA 정기총회에서 교황은 북핵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 회복의 조짐이 보이면서 교황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선언 내용 실천과 이행 촉구하며

가톨릭교회는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북녘 형제들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연대의 기도를 바쳐야 할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서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의 추구를 통해 ‘날마다 조금씩’ 이뤄지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날마다 조금씩’ 기도하면 한반도의 평화도 ‘날마다 조금씩’ 앞으로 진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도하자.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을 갖고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4년 전 방한 당시 말씀을 기억하면서.





성기영(이냐시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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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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