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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주교회의는 지난 몇 달간 비가톨릭 배우자에 대한 영성체 조건 완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사진은 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앞)이 미사에서 성체를 분배하는 모습. 【CNS 자료 사진】 |
독일 주교회의가 가톨릭 신자와 혼인한 비가톨릭 그리스도인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장을 밝혔다. 그 문제는 교구장 주교가 개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6월 21일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WCC)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이에 대한 수행 기자 질문에 “비가톨릭 배우자에 대한 영성체는 주교가 소속 교구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지, 주교회의가 결정해 국가 전체에 적용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가톨릭뉴스통신(CNA)이 보도했다.
독일 주교회의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몇 달간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의견의 일치는 보지 못했다. 독일 가톨릭 신자 중에는 루터교를 믿는 배우자가 많다. 영국은 성공회 배우자가 많다. 이 때문에 두 나라 교회에서는 비가톨릭 그리스도인 배우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독일 주교회의는 최근 비가톨릭 배우자들이 좀 더 쉽게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목 문서를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주교 6명이 교황청 신앙교리성을 방문해 사목 문서 발행 금지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결국 신앙교리성을 통해 ‘발행 금지’ 결정을 주교회의에 통보했다.
그렇다고 교황이 영성체 조건 완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목적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교의적으로 중요하고, 교회법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한 국가 또는 보편 교회 차원에서 적용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행 교회법에 명시된 대로 ‘중대한 필요성이 긴급하다면’ 교구장 주교가 판단해 교구 차원에서 시행할 문제로 분류한 것이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 논란 때문에 독일 주교단의 일치가 깨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현행 교회법에 따르면 비가톨릭 신자에게 성사를 베푸는 데 대한 결정은 지역 주교에게 달려 있다.
“죽음의 위험이 있거나 또는 교구장 주교나 주교회의의 판단에 따라 다른 중대한 필요성이 긴급하다면, 가톨릭교회와 온전한 친교가 없는 기타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들의 공동체의 교역자에게 갈 수 없고 이 성사들을 자진하여 청할 때… 적법하게 이 성사들을 집전할 수 있다.”(교회법 제844조 4항)
어떻게 보면 영성체 조건 완화는 교황이 더 바라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혼하고 재혼(사회혼)한 신자들이 성체성사의 은총에서 배제된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든 길을 열어주고 싶어하는 게 교황이다. 또 가정 주교 시노드에서 천명했듯이, 교황청에 집중된 권한을 지역 교회에 분산시키고 싶어한다. 이른바 ‘건강한 분권화’다.
일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런 뜻을 실행하려면 상당한 준비와 논의, 합의가 필요하다. 교의나 교회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는 게 교황 생각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