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장 강우일<사진> 주교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난민 포용을 호소했다.
강 주교는 1일 교황 주일을 맞아 발표한 사목서한에서 “예멘 내전으로 인한 난민 500여 명이 제주에 들어와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표하고, 정책 당국도 뚜렷한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민족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나 타향에서 난민의 고난과 설움을 짊어지며 살아왔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강 주교는 “지난 세기 초부터 일제강점기에 땅을 뺏긴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연고도 없는 만주, 연해주로 정처 없이 떠나야 했다”면서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 친척과 가족이 그 나라 국민에게 배척당하고 외면당해 내쫓긴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세계시민의 품성과 자질 갖춰야
강 주교는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하면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제는 우리 민족이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세계시민의 품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 후 첫 방문지로 지중해의 작은 섬 람페두사를 찾아가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로한 사실을 언급하며, “교종께서는 전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하셨다”고 밝혔다.
난민으로 인한 불편함·불안감 없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난민 혐오 여론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강 주교는 3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예멘 난민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불안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면서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과장해서 보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지금 도민들은 아주 평온하게 아무 문제 없이 (난민을) 잘 받아들이고 있고, 예멘 사람들도 제주도민의 따뜻한 수용 태세에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구 차원의 지원도 소개했다. 강우일 주교는 “많은 신자들에게 여유가 있으면 한두 분이라도 난민을 받아주도록 몇 주 전부터 호소를 했고, 또 여러 가정에서 그렇게 받아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 주교는 “우리 민족이 과거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강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받아들이는데 미숙하고 관대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 우리만 문 닫아걸고 못 받겠다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 제주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강 주교는 “제주 무사증 제도가 가져온 부작용이 많다”면서도 “지금 난민과 연계해 (폐지)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