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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침묵] 코헬렛을 읽을 시간

김소일(세바스티아노, 보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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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서늘한 바람이 일 때 코헬렛을 읽는다. 세상 사는 일이 빌려 입은 옷처럼 불편하게 느껴질 때 홀로 떨어져 나와 코헬렛을 찾는다. 친구 모두가 나보다 훌륭하게 뵈는 날, 집으로 돌아와 코헬렛을 펼친다. 세속의 평판과 재량에서 놓여나고 싶을 때, 부질없는 다툼에서 초연하고 싶을 때 코헬렛은 위로와 분별을 준다.

인간 세상엔 언제나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행복도 불행도 우리의 짧은 지혜로는 헤아리지 못한다. 고통 뒤에 환희가 숨어 있고, 기쁨 뒤엔 고난이 도사리고 있다. 코헬렛은 말한다.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7,14)

우리는 돈과 권력과 명예를 좇아 한평생을 산다. 출세와 성공의 잣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보라,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며, 돈이 오죽 사람을 옥죄고, 명예 또한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옥에 갔다. 그들과 함께 한 정치인과 관료 수십 명이 쇠고랑을 찼다. 그들에게 권력은 무엇이었을까. “누구든 선두에 선 이에게는 끝없이 많은 백성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 사람들은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니 이 또한 허무요 바람을 붙잡는 일이다.”(4,16) 권력이 정의를 외면하고 약자 위에 군림할 때, 그것은 강도떼의 분탕질이 된다. “국가 안에서 가난한 이에 대한 억압과 공정과 정의가 유린됨을 본다 하더라도 너는 그러한 일에 놀라지 마라. 상급자를 그 위의 상급자가 살피고 이들 위에 또 상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5,7)

재벌 총수가 줄줄이 사법의 심판을 받는다. “고통스러운 불행이 있으니 나는 태양 아래에서 보았다, 부자가 간직하던 재산이 그의 불행이 되는 것을.”(5,12) 재물을 모으는 과정은 아름답지 못했고, 그 분배는 향기롭지 않았다. “재산이 많으면 그것을 먹어 치우는 자들도 많다.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것밖에 그 주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5,10) 베풀고 나누지 못한 부의 끝은 언제나 쓸쓸하다. “그는 평생 어둠 속에서 먹으며 수많은 걱정과 근심과 불만 속에서 살아간다.”(5,16)

명예나 지혜처럼 고상해 보이는 것들마저도 그 뿌리는 세상에 있다. 인간의 지혜는 눈앞의 행불행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은총을 고통으로 여기고, 축복을 징벌처럼 피한다. 그들의 명예는 시간 속에서 빛이 바래고, 바람이 바뀌면 어느새 옛것이 된다. “그렇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마음에 두어 고찰해 보았는데 의인들도 지혜로운 이들도 그들의 행동도 하느님의 손안에 있었다. 사랑도 미움도 인간은 알지 못한다.”(9,1)

한 정치인의 비보가 들려온 날, 황망한 마음으로 코헬렛을 펼쳤다. “죄를 짓지 않고 선만을 행하는 의로운 인간이란 이 세상에 없다.”(7,19) 속속들이 알진 못하나 그분만큼 산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 삶에 경의를, 그 죽음에 애도를 바친다. 어이하여 이 땅의 정치는 공존과 상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 백성은 대화와 소통에 서투른가?

지상의 삶은 유한하고 덧없으니, 벗이여,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12,7) 부질없는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부족한 인간의 위로를 구하지 마라.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들을 지켜라. 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지당한 것이다.”(12,13) 겸허한 기도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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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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