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통해 보속의 기도 청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칠레 등지에서 성직자들의 과거 아동 성폭력 실태가 드러나 비난이 빗발치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교회 공동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고,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움과 속죄하는 마음으로 인정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특히 교황은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코린 12,26)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상기시키고, 성직자들의 죄를 보속하기 위한 기도와 단식을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요청했다.
교황은 20일 발표한 서한에서 일부 사제와 축성된 이들이 저지른 아동 성폭력을 “나약한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작은 이들을 돌보지 못했다. 그들을 버렸다”며 교회의 위신에 해가 될 것이 두려워 성추문을 덮는 데 급급했던 책임자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서한은 몇몇 나라에서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진상이 속속 밝혀짐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고, 하느님 백성에게 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자고 호소하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사법 당국은 지난 14일 1940년대부터 70여 년간 가톨릭 성직자 약 300명이 1000명이 넘는 아동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충격적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성추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치와 연대를 모든 신자에게 호소했다. 연대는 인간의 온전한 상태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대해 비난과 아울러 모든 부패, 특히 영적 부패와의 싸움을 뜻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어 “미래를 바라보면서, 그러한 일이 재발하기 어려운 문화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이에게 요청한 기도와 보속에 대해 “그것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어주고, 종종 악의 뿌리가 되는 권력 집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