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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이 시대의 높음과 진정한 품위

홍진(클라라, 사회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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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 사회의 서열화가 고착화ㆍ심화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한국 사회를 빗대 ‘헬조선’이란 말이 등장한 건 오래전이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녀들에게 높은 서열에 올라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최근 발생한 모 고등학교의 시험문제 사전 유출 의혹 사건은 이런 병폐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열 사회에서 또 하나의 모습은 신체적 또는 선천적인 결손으로 사회적으로 장애가 있는 이들의 기록이다. 인간이 규정해 놓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한 그들은 노동을 통한 가치산출 능력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결핍된 존재로 취급된다.

2016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5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63.3)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취업의 욕구는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고용촉진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장애인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취업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애인들은 두 가지 고통을 상대해야 한다. 하나는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이해 부족과 무관심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순위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지만, 인간을 경제적인 경쟁의 존재로 판단하고 일명 ‘아래쪽의 삶’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크게 어긋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지속해서 ‘사회정의 수립’을 교황직 수행의 중요한 강령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교황의 행보와 함께 여러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경제 모델을 거부해야 하며, 노동이 하느님께서 부여한 최고의 가치이자 인간 존엄을 형성하는 것으로 여겨 모든 사람을 위한 안정적 고용을 유지하는 것만이 희망에 개방된 사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연민을 통해 고통을 나누고 내적으로도 전해지도록 기여할 수 없는 사회의 무관심 현상에 대해 비인간적인 잔인한 사회라고 비판했다.

물론, 취약계층의 사회 정착 지원을 위한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추진이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 통합하는 일정 부분의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으나,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을 대하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을 ‘결핍’된 존재가 그 자체로 존엄한 인간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가 기득권자들이 정한 서열 기준인 경제적 또는 문화적 풍요와 권위에 따른 생활이 우선시 되는 시대여서는 안 된다. 상대적 경쟁에서 밀린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우리가 서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되짚어보면서 진정한 중심점을 찾는 것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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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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