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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집값 폭등, 부모 세대도 분노한다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 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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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지가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온 딸 부부 얘기를 들려주며 가슴이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시내 웬만한 곳의 30평대 아파트는 전세가가 5억 원, 매매가가 10억 원을 넘었다. 직장이 있는 강남 쪽은 너무 비싸 집을 소개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울 전체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4억 3000만 원, 매매가가 7억 8500만 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부부는 아무리 착실하게 돈을 모아도 집값은커녕 전세가에도 따라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씩 하고 아이를 둘 둔 30대 중·후반 부부는 은행에서 2억 원 정도를 대출받아야 전세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월 100만 원씩 갚아나간다면 16년 넘게 걸린다. 집을 사려 들면 환갑이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이후 우리 사회는 ‘헬조선’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이제 청년들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서울 시내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20ㆍ30대들에게 헬조선, 곧 지옥 같은 삶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을까.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에서 더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2012년 대선 경선 캠프 슬로건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쫄쫄 굶는 저녁이 있는 삶’은 안 된다고 했다.

부모의 도움을 바라기 어려운 청년들은 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상속ㆍ증여가 우리나라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에서 2000년대 42로 급증했다. 추이로 볼 때 2018년 현시점에서는 그 비중이 50를 넘어섰을 것이다. 상속ㆍ증여 자산 없이 인생의 출발선에 선 ‘흙수저’ 청년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가는 무슨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집을 사느라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집값 폭등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식들이 전세를 얻고 집을 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부모 세대 역시 자책감 속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 부자들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손자 손녀들에게까지 부를 대물림할 수 있는 큰 부자는 많지 않다. 친지의 딸 부부는 “앞으로 두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직장을 10년 이상 다닌 맞벌이 부부라면 스스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집값이 오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아이까지 노예처럼 살라는 거냐고 항변하는 가임기 청년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권유하기는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발표한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우리에게 성덕의 소명을 일깨우며 “만민을 위한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이 나라를 그리스도와 함께 건설할 임무가 포함”(25항)되고, “다음 세대들의 해방을 위해서도 분명히 공정한 사회 경제 체계의 회복을 목표로 해야”(99항)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뿐 아니라 집값 안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집값 급등이 부른 민심 이반은 돌이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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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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