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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어둠과 사투를 벌여온 안병훈씨가 10월 11일 인공각막 수술로 빛을 얻고 환히 웃음 짓고 있다. |
“정말 꿈만 같아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10월 11일 서울삼성병원의 한 병실에서 만난 안병훈(안토니오, 55, 대구대교구 선산본당)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전날 2시간 넘게 인공각막 수술을 받은 안씨에겐 피로한 기색보다 기쁨이 역력했다. 한쪽 눈에 채워진 보안경 너머로 안씨의 새 눈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날 기자를 3번째 만난 안씨는 “목소리만 듣던 기자님 얼굴을 오늘 눈으로 처음 본다”며 “시력이 0.3이랍니다. 모든 게 잘 보인다”면서 활짝 웃었다.
어릴 때 시력을 잃고 평생 어둠과 사투를 벌여온 안씨에게 ‘진짜 빛’이 찾아왔다. 안씨는 지난 4월 본지 제1460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사연의 주인공. 그때 독자들이 보내준 성금 2800여만 원은 안씨에게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용기를 얻은 안씨는 서울삼성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 집도로 ‘인공각막 수술’을 받고 빛을 보게 됐다. 수술비는 1000만 원 들었다.
안씨는 “그동안 수술 실패를 거듭하고 절망 속에만 살아오다 올해 이렇게 한꺼번에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와 신기할 따름”이라며 “함께 고생해준 가족과 본당 교우들, 그리고 성금으로 힘을 보태준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께 무척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생 시력을 되찾기 위해 각막이식 등 크고 작은 수술만 8차례 받았다. 큰돈을 들여 가족들의 양막까지 이식받았지만, 이내 어둠이 찾아왔다. 어려운 형편 속에도 가업인 양봉 일을 이어오던 안씨는 어둠과의 사투 끝에 30여 년 만에 처음 그토록 원하던 ‘인공각막 수술’을 받고 희망의 새 삶을 살게 됐다.
곁에서 간호 중이던 안씨의 부인 염순자(57)씨도 “이제 식사할 때 일일이 반찬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식사를 잘한다”며 웃었다. 남편을 따라 미사만 오갔던 아내 염씨는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있다. 안씨는 “아내와 성당에 함께 다니고 산책하며 자연을 감상할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6개월간 요양 후 내년부터 다시 양봉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수술 후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했더니 눈물만 흘리시더군요. 가족과 얼른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모두 하느님께서 저를 돌봐주신 덕분입니다. 이제 꿀벌들과 지내면서 새로운 삶을 빛나게 살고 싶어요.”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