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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소확행과 소화 데레사 그리고 카르페 디엠

황진선(대건 안드레아, 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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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小確幸 : 일상의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젊은 층의 트렌드라는 얘기를 접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지도 모를 젊은이들의 좌절이 느껴졌다. 그런 자포자기의 마음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늘어놓고, 여행을 하는 등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도록 움츠러들게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프랑스 리지외의 성녀 소화(小花 : 작은 꽃) 데레사의 가르침과 겹쳐졌다. 24세의 어린 나이에 숨진 성녀는 ‘하느님께 이르는 작은 길’을 깨우쳐 줌으로써 우리에게 큰 위안과 평화를 건넸다. “장미의 화려함이나 백합의 순결함 때문에 작은 오랑캐꽃의 향기나 국화의 순박한 매력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작은 꽃들이 모두 장미가 되려 한다면 자연은 봄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서전에 자신이 하느님의 정원에 핀 한 떨기 ‘작은 꽃’, 화려한 장미들에 비해 초라한 데이지일 뿐이라고 썼다.

소확행 트렌드는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 더 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웰빙, 힐링, 욜로 같은 표현으로 조금씩 진화해 왔다.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기라는 평가도 있듯이, 청년뿐 아니라 전 세대에 새 가치 체계와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은 소확행의 중요한 축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에도 비슷한 트렌드가 있다.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프랑스의 ‘오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한다. 행복학 전문가인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며 소확행을 지지한다. 그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외면해서는 안 되고, 일상을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운 사람이 훨씬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얘기한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경구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명저 「인생수업」에서 신은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주셨다고 했다. 그는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즐겁게 지낸 놀이의 순간을 떠올린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시골 길에서 자전거를 타던 거 기억하니?” “바닷가에 간 일 기억나?”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행복했을 거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는 “(놀이는)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생명력이다.…사람들은 일하는 법은 알지만, 존재하는 법은 모른다”고 가르친다. 데레사 성녀 역시 “저의 하느님, 이 땅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제가 갖고 있는 시간은 오직 오늘뿐임을 당신은 잘 알고 계십니다”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성덕은 작은 몸짓들로 점점 자라날 것”(제16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 나쁜 말 하지 않기, 경청, 묵주기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하기를 예로 들었다. 소확행과 작은 몸짓, 카르페 디엠이 행복과 성화의 길임을 되새겨 본다. 문제는 앎이 아니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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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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