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CNS]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 존 F. 케네디 대통령. 올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도 가톨릭 신자. 그가 케네디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케리 후보는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낙태허용 법안을 찬성하는 등 가톨릭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교회 가르침과 그들의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켰을까.
우선 미국 역대 가톨릭 신자 대통령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케네디 대통령 이전 가톨릭 신자로 대통령에 출마했던 정치인으로는 1928년 대선에 출마한 앨 스미스 후보가 있다. 당시 가톨릭 신자 대통령 후보가 나오자 교황청이 앨 스미스를 대통령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금주법 반대를 표명한 앨 스미스 후보는 낙선했다. 이와 함께 스미스 후보의 명백한 반가톨릭적 입장도 낙선에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0년 케네디가 대통령에 출마하자 개신교는 반대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에 케네디 후보는 자신을 가톨릭의 대통령 후보 가 아닌 민주당 대통령 후보 로 봐달라고 강조했고 자신의 신앙은 정교분리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런 입장 표명은 케네디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주었고 이후 어느 누구도 교황이 후보로 나섰다 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케네디는 일반적으로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교구 소속 학교에 대한 연방 지원 제도 법안 등 미국 주교회의가 관심을 갖고 있는 법안을 케네디 후보가 반대한다는 사실이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달갑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올라서도 가톨릭 교회에 특혜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대통령 임기 중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과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에서 가톨릭 신자 대통령 이라는 장애를 극복해나가자 미국 정계에서는 가톨릭 신자를 부통령으로 영입하려는 전략이 유행했지만 모두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가톨릭 신앙과 윤리에 어긋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문헌을 연달아 발표했다. 미국 주교회의 행정위원회도 지난해 가을 미국 주교들이 교회 가르침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정리한 문헌 준비에 착수했다.
또 지난해 여름 보스턴대교구장 숀 오말리 대주교는 낙태허용 법안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영성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생명단체들은 벌써부터 케리 후보에 대해 영성체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케리 후보는 1988년 이혼하고 당시 미망인이었던 데레사 하인즈를 만나 재혼한 경력이 있어 가톨릭 교회 측으로부터 받는 시선도 곱지 못하다. 하지만 케리 후보의 정책 중 교회 가르침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테러리스트 사형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대선을 향해 가고 있는 케리 후보는 40년 전 케네디 대통령처럼 말하고 있다.
난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회가 정치인들을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선을 넘는 부적절한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