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날인 1948년 8월 15일 서울 종로 경교장(京橋莊)에서 쓴 유묵이 최초로 공개됐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김상진 신부는 3ㆍ1 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박병래(요셉, 1903~1974) 성모병원 초대 원장에게 기증받은 이 유묵을 2월 20일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로 34.5㎝ 세로 112㎝ 크기 종이에 먹으로 쓴 이 유묵은 ‘한운야학’(閒雲野鶴ㆍ한가로이 떠도는 구름과 들녘의 두루미)이라 쓴 육필 왼편에 ‘대한민국 삼십년 팔월 십오일 임시정부 주석 판공실 73세 백범 김구’라 적혀 있다. 무엇보다 유묵 150여 점을 남긴 김구가 본인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라고 표현한 마지막 붓글씨이기에 의미가 크다.
1948년 8월 15일은 해방 3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행사가 열린 날이다. 이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1919년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막을 내린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책임자로서 독립운동의 핵심체였던 임시정부 마지막 날 느낀 소회를 네 글자로 표현했다.
해방 후 미국과 소련의 영향으로 남과 북이 대립하던 시기에 김구 선생은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했지만 끝내 화합을 이루지 못해 크게 좌절했다. 김구 선생은 이후 한반도에 휘몰아친 갈등과 자신의 무력함을 홀로 나는 학에 비유하며 ‘한운야학’이라는 고사성어로 남겼다.
김상진 신부는 “김구 선생의 여러 유묵을 살펴보면 국가를 향한 염원을 담아낸 휘호가 많은데, ‘한운야학’은 자신의 기분을 드러낸 유일한 글”이라며 “이날 이후 김구 선생이 글을 쓴 날짜 외에는 장소나 다른 정보를 적지 않은 것을 볼 때, 이 휘호는 임시정부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뜻깊은 유묵”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예술의전당은 3ㆍ1 독립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예박물관에서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 自畵像 - 나를 보다’를 열고 김 신부가 공개한 김구 유묵 원본을 전시 중이다. 전시는 1일부터 4월 21일까지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