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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이 2월 27일 아동 성 학대 혐의로 멜버른 빅토리아주 대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펠 추기경에 대한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최고위급 가톨릭 지도자가 사법기관에 구속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멜버른=CNS】 |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이 지난 2월 27일 법정 구속됐다. 교황청 재무원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을 자문하는 9인 추기경평의회(C9) 위원을 지낸 가톨릭교회의 최고위급 지도자가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정부 기관에 구속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주 대법원은 이날 펠 추기경에 대한 양형 심사에서 지난해 12월 내렸던 보석 허가를 취소했다고 미국 가톨릭 통신사 CNS가 보도했다. 유죄 평결에 대한 선고 공판은 13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최고 50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앞서 펠 추기경은 1996년 멜버른대교구장 시절 성모 마리아대성당에서 10대 성가대 소년 2명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펠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법원이 공개를 유예하면서 2월 26일 이 사실이 뒤늦게 대중에 알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2014년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측은 생존 피해자와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작성한 성명을 법원에 제출했다.
현재 펠 추기경은 유죄 평결받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추기경 변호인 측은 “실형이 내려지면 심장병 때문에 피고인이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법원에 의료 기록을 제출하고 선처를 구했다. 또 존 하워드 전 연방 총리와 그렉 크레이븐 호주 가톨릭대학교 학장 등 유명 인사들의 추천서도 법원에 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교황청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펠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신앙교리성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 공보실 알렉산드로 지소티 임시 대변인은 2월 27일 “교회법에 정해진 시간 안에 절차대로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또 펠 추기경의 교황청 재무원장 5년 임기가 2월 24일로 종료됐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2017년 중반 펠 추기경은 재무원장직을 휴직한 바 있다.
교회가 펠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혐의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교회 조사기구는 펠 추기경이 1961년 당시 청소년 캠프에서 12세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에 관해 조사했다. 하지만 혐의를 확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사제나 주교가 학대 혐의로 고발되면 학대가 발생한 교구에서 조사 첫 단계를 진행한다. 하지만 교황청은 이번 성명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펠 추기경이 유죄 평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절차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펠 추기경의 구속 소식은 교황청과 전 세계 지역 주교회의 의장들이 참여한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 회의 폐막 3일 만에 전해졌다. 교황이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에 엄격한 대응을 촉구한 만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공직에서 배제되거나 성직자 신분에서 제명될 수 있다.
교황청은 교회 차원에서 펠 추기경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법절차 결과 또한 끝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2월 28일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펠 추기경의 유죄 평결은 충격적이고 고통스럽다”며 “이 현상에 맞서 싸우고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펠 추기경은 재심 마지막 단계까지 무죄 상태이고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재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호주 국민들과 신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펠 추기경의 모교인 성 패트릭 고등학교는 그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멜버른 대교구장 피터 코멘솔리 대주교는 “사법절차를 존중한다”면서 “성학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