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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이 3월 22일 마지막 진료를 하고 청량리에서의 진료 역사를 마감했다. 마지막 미사를 봉헌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병원 임직원들. |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의술을 펼쳐온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병원장 권순용)이 72년 진료를 마무리하고, 4월 은평성모병원에서 새 치유의 역사를 이어간다.
성바오로병원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성바오로병원 7층 성당에서 교직원들과 청량리에서 진료 역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이 병원에 베푸신 은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사를 주례한 영성부원장 천만성 신부는 강론에서 “병원 건물은 없어지지만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줬던 기억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병원에서도 아픈 이들을 위해 치유의 기적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 중 가톨릭학원 보건정책실장 이경상 신부는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장 정응희(로사) 수녀에게 손희송(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주교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응희 수녀는 “성바오로병원은 1944년 샬트르 수녀님들이 제기동본당에 파견돼 가정방문을 하다가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면서 “더 많은 사람의 고통을 품는 거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하느님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권순용(베드로) 병원장은 “성바오로병원은 청량리지역에서 등대처럼 많은 환우에게 생명의 빛을 비춰줬다”며 “병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새 의료선교 여정의 시작”이라고 마지막 병원장으로서 소회를 전했다.
이경상 신부는 “성바오로병원은 가톨릭계 병원에서도 가장 깊은 영성과 따뜻함을 지닌 병원이었다”며 “이 영성을 각자 삶에서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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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창기 병원 전경. 가톨릭평화신문 DB |
성바오로병원은 제기동에서 환자들을 보살피던 수녀들이 1946년 제기동성당 옆에 작은 시약소를 차리면서 시작됐다. 가난한 환자들이 몰려들자 수녀들은 약을 싸게 사려고 남대문까지 걸어갔다. 세탁물까지 손수 빨며 밤낮으로 환자들을 간호했다. 더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손수건에 직접 그림을 그려 미군들에게 팔았다. 의료 사업이 확장되자 1957년 12월 서울 청량리에 단층집을 지었고, 1961년 가톨릭대 의대 부속병원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는 2008년 병원을 서울대교구에 이관했다. 가톨릭학원은 수녀회 설립 이념을 이어받아 저소득계층을 위한 의료지원과 봉사활동을 활성화했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치유의 보금자리였던 성바오로병원은 1978년 국내 최초로 심장전문센터인 한국순환기센터를 설립하는 등 30여 년 국내 심장 질환 치료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임직원 300여 명은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고 석별의 정을 달래며 은평성모병원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이들은 22일 오전까지 진료를 마치고, 4월 1일 은평구에 소재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진료를 개시한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