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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31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 있는 ‘물레이 압델라 왕자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모로코=CNS】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과 이슬람의 공존을 역설했다.
교황은 지난 3월 30일부터 이틀간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사목방문해 대화와 관용, 인간의 형제애를 통한 공존과 화해, 평화를 강조했다.
교황이 모로코를 방문한 것은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34년 만이다. 모로코는 전체 인구 3천600여만 명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31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교회는 개종이 아니라 끌림을 통해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세례받은 사람, 성직자로서 임무는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마태오복음 5장 13-15절을 인용, “정작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제맛을 잃어버린 소금처럼 혹은 더는 세상을 비추지 못하는 등불처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느님 나라가 누룩에 비유되듯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며 사회의 누룩이 되어 달라는 당부였다.
교황은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극단주의와 분열로 찢긴 세계에서 종교 간 대화의 한 부분이 될 것을 요청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도착 첫날 연설에서도 “모든 신자가 폭력과 테러리즘으로 이어지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지난 2월 4일 이슬람의 발상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사목방문한 교황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교황은 이집트의 이슬람교 수니파 신학 최고 권위기관의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최고 지도자)과 공동 서명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선언’에서 “종교가 결코 전쟁, 증오, 극단주의를 선동하거나 폭력과 유혈 사태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는 “교황이 이슬람 지역을 잇달아 방문해 내놓는 메시지의 핵심은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한 종교 간 일치에 있다”며 “교황의 이번 모로코 방문도 그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교황은 또 이번 방문에서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과 보호를 거듭 호소했다. “장벽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거나 스스로와 가족들의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것으로는 이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세계 지도자들을 상대로는 갈등과 이주 움직임을 조장하는 지구적인 불안과 경제 불균형에 대해 고심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모로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국경 장벽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이렇게 말했다.
“철조망으로든, 벽돌로든 장벽을 세우는 이들은 그들이 세우는 장벽의 포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입니다. 철조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인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