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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날을 맞아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을 찾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와 위원들이 북쪽을 향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4월 22일 파주 노상리 남방한계선과 한강 하구 중립수역 등을 찾아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의 복원 과정을 살피고 남북 간 평화, 인간과 피조물 간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현장 탐방은 생태환경위가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마련한 것으로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와 총무 이재돈 신부 등 30여 명의 생태환경위 관계자가 함께했다.
일행이 처음 찾은 곳은 비무장지대 노상리 남방한계선. 북한의 땅굴 발견 전 비무장지대였던 이곳은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세월의 흐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한의 탱크 남하를 막기 위한 높고 긴 장벽과 곳곳에 매설된 지뢰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그리고 지뢰밭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 자연과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프란치스코) 소장은 “보이는 숲의 땅이 평평한 이유는 지뢰를 심을 때 땅을 먼저 고르고 심기 때문”이라며 “지뢰밭에도 세월이 흐르며 생물이 다시 복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신나무, 버드나무 등으로 구성된 초기 원시림이 형성된 것이다. 일행이 걷는 중에도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와 각종 새소리가 들리고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는 고라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소장은 인근 물웅덩이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초기 습지에서 건조한 곳으로 변화하는 곳에 사는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참나무, 진달래 등으로 수종도 달라진다. 김 소장은 “초기 생태계를 유지하는 곳은 여기뿐”이라며 “전쟁이라는 죽음을 뚫고 다시 살아나는 자연의 생명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기에 나무가 쓰러지면 그곳에 터를 잡는 곤충이 늘고 먹이활동을 하는 새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자연을 위협하는 전쟁의 산물인 지뢰가 자연을 인간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니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민간인이 더 갈 수 없는 곳에 이르자 과거 남방한계선 역할을 하던 언덕이 일행의 발걸음을 막는다. 강 주교와 일행이 언덕에 올라 북쪽을 향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바쳤다. 일행의 시선 끝에 북녘땅의 송악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날 생태 탐방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곳이 한눈에 보이는 교하초소에서의 미사 봉헌과 한강 하구 중립수역 방문으로 짧은 일정을 마쳤다.
강 주교는 “인간이 전쟁으로 파괴한 자연을 하느님께서 엄청난 창조의 힘으로 되살려 놓으신 것을 보며 생태계라라는 것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볼 수 있었다”며 “인간이 정말 평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전체와의 화해와 일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찬미받으소서」(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가르침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