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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하는 김형근(루카)씨가 늘봄젓갈 상점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젓갈의 고장 충남 논산시 강경읍.
늘봄젓갈을 운영하는 김형근(루카, 73)씨는 매장 안에서 택배로 보낼 젓갈 포장 작업에 분주하다. 포장을 마친 김씨는 택배 상자 윗면에 고 이태석 신부의 사진과 “남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푸는 것이래요”라는 글귀가 새겨진 스티커를 정성스럽게 붙인다. 사제 중에 이태석 신부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씨. 어려운 이웃과 교회 내 사회복지단체, 수도원 등에 무료로 젓갈을 보낸 지 벌써 20년 째다.
김씨는 “부모와 이웃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 오늘의 내가 성장했으니, 부모님과 이웃에게 외롭지 않은 큰 사랑을 듬뿍 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어려운 분들께 베푸는 것이 행복이고 철학”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중학교 졸업 후 목수로 전국 각지를 돌다 마흔이 넘어서야 고향 강경에 정착했다. “신앙생활에 충실하고 베풀며 살라”는 선친의 뜻에 따라 1990년부터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홀몸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반찬 등을 가져다주고 있다. 또 김씨가 후원하는 단체는 200여 곳이 넘는다. 한 달 후원금으로 나가는 돈만 600만~700만 원이다.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이웃에게 베풀기 바빴던 삶이기에 지금껏 점포에 딸린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어서면 천장이 닿을 것 같은 방 한쪽은 침대가, 맞은 편은 책상과 책장이 자리하고 있어 사람 둘 앉기에도 빠듯하다.
김씨는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상하게 돈이 들어온다”며 “6남매가 무사히 잘 컸고 아버지 이해해주고, 자기들 앞가림은 다 하니 하느님 은총”이라고 감사해 했다.
김씨는 얼마 전 손목터널증후군이 심해져 오른손 수술을 받았다. 매일 오토바이로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홀몸 노인들을 찾아가 반찬과 간식거리를 몇 시간에 걸쳐 전달하다 보니 손목이 견뎌나질 못한 것이다. “제가 반찬 들고 오기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쉴 수가 없어요. 어제는 택시를 불러서 열여섯 가정을 다녀왔지요.”
김씨는 어르신들을 찾아갈 때면 늘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르신들의 기운을 북돋아 드리려는 속 깊은 농담이다. “할머니에게는 아가씨, 할아버지에게는 청년이라고 해요. 이거 드시고 건강해져 시집 장가가시라고 하면 정말 좋아하셔요.”
어려운 분들을 가족처럼 모시는 선행에 김씨는 강경의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공중파와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김씨의 좋은 뜻에 함께하겠다며 쌀과 과일 등을 보내오는 후원자들도 생겼다. 김씨는 “쌀이 들어오면 쌀을 나눠 드리고 양파, 포도즙이 들어오면 어르신들 찾아뵐 때 가지고 간다”며 “여름 보양식으로 닭을 사도 상점 주인들이 싸게 주거나 돈을 안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뷰 중에도 이웃 상인이 들어와 “손목도 못 쓰는데 좀 쉬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타박이다.
김씨가 붕대를 감은 오른손으로 후원할 젓갈을 또 다른 상자에 담기 시작한다. “힘이 닿는 데까지 이웃들 도우며 살고 싶어요. 오토바이 못 탈 때가 되면 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하느님께서 이끄시겠지요. 이웃에게 봉사하면서 여생을 살고 싶어요.”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