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신고를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 없이 아빠와 사는 아이들의 실태가 본지를 통해 일부 공개됐다. 비록 작은 숫자지만 이들의 사연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5년 일명 ‘사랑이법’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엄마가 비협조적이어서 경찰까지 출동해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은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3~4년까지 주민등록번호 없이 살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미혼부가 키우는 아이들에게 의료보험혜택과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결정을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미혼부 단체 대표는 “그 어떤 가족관계 등록법과 민법 조항도 아이들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먼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빠들이 손쉽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현행 가족관계 등록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실 법에서 친자 관계를 까다롭게 살피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누구 자식이냐에 따라 상속, 양육 등 복잡한 법률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DNA 검사만으로 친자 관계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미혼모 위주인 한부모지원정책도 손봐야 한다. 교회도 이런 변화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대교구가 생명위원회 미혼부모기금은 미혼모뿐 아니라 어려운 미혼부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법과 제도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