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으로 경찰 소탕·체포 작전에 5300여 명 사망 바스테스 주교, 국제형사재판소 보고서 지지… 반인륜적 죄 강조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반인권적 죄를 저질렀다고 볼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내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보고서에 대해 아투로 바스테스 주교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바스테스 주교는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 인터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유죄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ICC가 그의 범죄 행위에 대해 구체적 조처를 하길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바스테스 주교는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는 종교 지도자다. 바스테스 주교 발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 스타일과 빈번한 인권 침해에 국민들 원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ICC는 집단살해 죄, 인륜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 국제 인도법을 위반한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상설 국제재판소다.
바스테스 주교는 대통령이 살인과 납치 등 범죄 행위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승인 없이 가해자들이 마닐라 거리를 활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약과의 전쟁 중 발생한 모든 범죄 행위에 대통령이 관여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가 가난한 희생자들에게 실현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16년 7월 이후 경찰의 소탕 작전에 살해되거나 체포, 구금된 상태에서 사망한 이들이 5300명에 달한다”며 “경찰은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용의자들에 맞선 자위권 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법 절차를 무시한 제멋대로 식 처형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4일 마약류 폐기 행사에서도 “대통령은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인권에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 경찰은 마약 중독자들이 체포 과정에서 과잉행동을 보이면 먼저 총을 쏘라”고 지시했다. ICC가 이번에 발표한 것은 예비조사 활동 보고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져 반인륜적 혐의가 밝혀지면 국제 법정에서의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