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1999년부터 세 차례 복원… 탄생 200주년 희년 맞아 3차 성인상 공개
오는 21일로 탄생 200돌을 맞는 김대건(안드레아, 1821∼1846) 신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가톨릭 신자라면 그의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질 듯하다. 그러나 200년 전 조선 땅에서 살다간 인물이라,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성화와 성상을 통해 꾸준히 성인 얼굴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가톨릭응용해부학연구소는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교실 정일천ㆍ권흥식 교수팀이 1971년 실시한 김 신부 머리뼈(두개골) 계측치와 실측 사진 등 해부학적 자료를 토대로 김 신부의 얼굴 복원을 세 차례 시도했다.
1차 복원은 1999년 7월에서 2001년 6월까지, 2차 복원은 2006년 12월에서 2008년 1월까지, 3차 복원은 김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앞두고 이뤄져 2020년 11월 29일 희년 개막 미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같은 성인 얼굴 복원 노력은 한국 교회 첫 사제 순교자인 성인에 대한 교회의 지극한 공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첨단 의료장비로 객관성 확보
첫 복원은 1999년 6월 당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주임 백남용 신부가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교실(현 가톨릭응용해부학연구소) 한승호 교수팀에 김 신부의 흉상 복원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원래는 성인 얼굴뼈를 실측해 복원할 계획이었지만, 성인의 얼굴 뼈를 담아놓은 성해함이 영구 보존을 위해 납으로 밀봉된 상태여서 실사 작업을 할 수 없었다. 1971년 실측사진과 계측치를 근거로 성인의 두개골과 비슷한 머리뼈 10개를 가톨릭대 의대와 건국대 의대에서 찾아낸 뒤 3차원 스캐너로 복제하고 이들 자료를 토대로 컴퓨터로 재합성해 성인의 얼굴을 복원했다.
당시 복원된 성인의 얼굴은 △이마가 직각에 가깝게 서 있고 △아래턱의 발달로 전체적으로 갸름하며 △광대뼈가 옆으로는 발달했지만 앞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아 서구적인 모습으로 판단됐다.
당시 복원된 성인상은 처음으로 한국인 얼굴 두께 측정자료를 이용했고, 첨단 의료장비로 과학적 객관성 확보에 우선적 비중을 뒀으며, 조각의 주관적 작업을 상당히 배제하고자 한 첫 복원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차 복원작업은 성인 머리를 앞쪽으로 지나치게 돌출시켰고, 눈과 코, 입과 귀의 표현에 있어 해부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작가(구본주씨)의 표현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해부학적 요소가 과장된 2차 복원
2차 복원은 2006년 12월 가톨릭대 의대 윤성호 신부가 김대건 신부 얼굴상을 학교 기념물로 제작하기 위해 환경조각가인 김일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에게 축소 모형 제작을 의뢰하면서 우연히 시작됐다.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소장 한승호 교수)와 김 교수는 1차 작업 때 복원된 김대건 성인상의 머리뼈를 토대로 얼굴 윤곽만 해부학적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재조정했다. 눈과 코, 귀, 입술 등은 머리뼈만으로 복원할 수 없고,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되는 부분이어서 가톨릭응용해부학연구소는 1차 작업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축적된 한국인 표준 얼굴 데이터를 기준으로 코와 턱, 안구와 광대뼈, 귀의 위치 등을 수정했다. 아울러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 입술 주름선을 없애고, 얼굴뼈 근육에 살만 살짝 입혀 작업에 들어간 지 13개월 만인 2008년 1월에 선보였다. 그러나 2차 복원 역시 강한 인상과 뚜렷한 골격의 표현이 전달력은 있지만, 해부학적 요소가 많이 과장돼 골격의 기본값과는 사뭇 다르다는 결과들이 관찰됐다.
김대건 신부 가계적 특징까지 담아
성인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3차 복원이 진행됐다. 그간 발전된 법의인류학 얼굴 복원 기술과 한국인의 얼굴에 관해 더 많이 축적된 해부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작업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다 사실적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소장 김인범 교수)는 1차, 2차 작업 때 김 신부 얼굴 복원에 사용된 머리뼈 주형을 CT로 스캔했다. 이를 3차원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을 사용해 실측치를 반영한 3차원 머리뼈를 구현해 실제 계측치에 준하는 머리뼈 원형을 완성했다. 또 3차 복원에선 눈과 눈썹, 코, 수염 등 성인의 가계적 얼굴 특성을 조사하고 반영한 모델과 주형 제작을 통해 완성했다. 이를 위해 성인의 5대손 중 4형제 모두 사제인 김선태(대전교구 천안 단국대병원 원목)ㆍ현태(타이완 신쭈교구)ㆍ용태(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장)ㆍ성환(타이완 신쭈교구) 신부가 모델이 됐다. 연구진으로는 김인범ㆍ김이석 교수와 이수홍(사무엘) 홍익대 미대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원준 박사 등이 연구진으로 함께했다.
김인범 교수 등 연구진은 “이 두상 역시 김대건 신부님의 얼굴을 100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신부님의 생애를 돌아보고 그분의 신앙과 영성에 더 가까이 다가서며 복음의 기쁨 속에 희년을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