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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 청소년 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를 비롯한 나상조 신부 흉상 축복식 및 가톨릭학생회 60주년 기념 미사 참여자들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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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혜화동 가톨릭청소년회관에 세워진 나상조 신부 흉상. |
‘한국 가톨릭학생회의 아버지’ 나상조(아우구스티노, 1921~2008) 신부의 흉상이 서울 혜화동 가톨릭청소년회관에 세워졌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학교사목부 가톨릭학생회(KYCS-CELL)는 19일 교구 청소년 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 주례로 흉상 축복식과 가톨릭학생회 설립 60주년 기념 미사를 거행했다.
나 신부는 1958년부터 15년간 가톨릭학생회를 지도해 기틀을 잡고 성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도움을 받아 혜화동 가톨릭청소년회관을 설립하고, 배움의 열정이 있는 많은 학생을 유럽으로 유학 보냈다. 1960년 4ㆍ19혁명 때는 총탄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돌보기도 했다.
나 신부 흉상은 1960~70년대 그의 지도를 받은 가톨릭학생회 동문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돈을 모아 건립했다. 오광섭(다미아노) 조각가가 청동으로 제작했다. 가톨릭학생회 동문은 오는 12월 발간을 목표로 나 신부 기념책자도 준비하고 있다.
동문 홍소자(레지나)씨는 “60년 전 학생회 모임이 지금도 친형제처럼 끈끈하다”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동문들이 나 신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분이 우리 마음속에 영적으로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가 초대 지도신부를 맡은 가톨릭학생회는 1961년 정식으로 서울대교구 인가를 받은 중고등학생 자치단체다. 1954년 창립된 대한가톨릭학생연합회(현 청소년국)에서 대학생연합회와 함께 ‘대한가톨릭중고등학교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1978년 ‘국제가톨릭학생회(IYCS)’에 가입하면서 영어 명칭인 KYCS(Korea Young Catholic Students)로도 불리게 됐다. CELL은 모든 생물의 기본단위인 ‘세포’를 뜻하는데, 가톨릭학생회도 기본단위인 소그룹 모임을 하면서 세포가 분열하듯 주변에 주님의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자는 의미를 지녔다.
정순택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나 신부는 가톨릭학생회가 자리 잡고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가톨릭 학생운동의 대부”라며 “그가 보여준 헌신적인 삶의 자세는 60년이 흐른 지금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우리 주변에 은총의 빛을 드리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신부를 곁에서 봐온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ㆍ허영엽(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신부의 증언을 전했다.
나 신부와 동성상업학교(현 동성중ㆍ고교) 동창인 김 추기경은 회고록에서 “나 신부는 학교 대대장을 맡을 정도로 소문난 수재였다”며 “신자가 아니었던 그는 일반 대학에 진학한 후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뒤늦게 신학교에 들어와 사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정 추기경은 2008년 나 신부의 장례미사 강론을 통해 “고인은 생전에 많은 젊은이에게 큰 이상과 꿈을 심어주고 보살펴줬다”며 “겉으론 조금 강하고 엄격해 보이는 면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나 신부가 서울 반포본당 주임으로 사목할 때 보좌였던 허 신부는 “고령의 연세에도 나 신부는 가는 본당마다 매년 수천 세대가 넘는 신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열정적인 사목을 펼쳤고,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에는 드러나지 않게 도움을 줬다”며 “이런 사목 열정은 신자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신부는 많은 사람에게 쉴 수 있는 그늘을 주는 크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높은 이상과 꿈을 심어주고 보살폈기에 사제관은 늘 어린이와 청년들로 북적이는 아지트였다”고 추억했다.
이날 미사는 가톨릭학생회 2대 지도신부 오태순 신부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CPBC) 사장 조정래 신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국장 이승주 신부, 학교사목부 CA 담당 조영래 신부, 학교사목부 가톨릭학생회 담당 장인우 신부, 대학교사목부 담당 김도연 신부가 공동 집전했다. 오 신부는 “나 신부가 이 땅에 뿌린 사목의 씨앗이 자라고 무성해지니 하느님께서 100배의 상으로 갚아주시는 듯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