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정수용 신부의 사제의 눈] 누리호의 꿈, 작은 이들의 꿈

정수용 신부(CPBC 보도주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지난 10월 21일 목요일, 한국 우주과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입니다. 누리호 사업은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발기간은 2010년 3월부터 햇수로 12년이고 투입된 금액만 해도 약 2조 원이 넘습니다. 프로젝트 참여 기업 역시 300여 곳이나 됩니다. 엔진, 발사대, 각종 제어 장치 등,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첨단 소재와 장비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야 하는 불가능을 넘는 도전이었습니다.

실례로 영하 183℃의 액체산소와 3000℃를 넘는 화염 모두를 견뎌야 하는 극한의 소재를 개발하는 기술뿐 아니라 37만 개의 부품이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하는 말 그대로 꿈을 향한 도전이었습니다. 비록 첫 발사에서 최종 관문인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으나 발사대 운영, 추진체와 페어링 분리 등의 기술력 확보에는 성공했습니다. 순수 자체 기술로 여기까지 온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누리호 발사를 보며, 새삼 하늘에 무언가 올리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미리 경험했던 한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는 1970년대 낙원구 행복동에서 영수, 영호, 영희를 키우며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던 사람입니다.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자신의 집이 철거되는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 바로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주인공, 영수 아버지입니다. 소설은 키가 작아 무시 받고 차별당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열심히 살았던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평생을 일군 집은 철거당했고, 그의 가족은 하는 수 없이 아파트 입주권을 단돈 25만 원에 팔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은 그 입주권이 부동산 업자에 의해 45만 원에 거래되며 투기꾼만 배를 불리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일했던 공장 굴뚝에 올라가 달나라를 향해 까만 쇠 공 하나를 쏘아 올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굴뚝 아래서 철거반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난쟁이 영수 아버지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75톤 엔진 네 개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한 누리호도, 그렇게 지상을 박차고 새로운 공간으로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나 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요즘 대장동 논란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조세희 작가의 소설이 300쇄 넘게 팔린 시대에도 또다시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을 추적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대선 주자들도, 국회의원들도, 그리고 다수의 언론도 모두 사람이 아닌 돈만 바라보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개발 이전 대장동에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하늘에 쏘아 올리고 싶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대장동 투기를 설계한 사람, 그리고 이 때문에 막대한 불로소득을 본 사람, 이들이 쏘아 올린 공은 절대 하늘에 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성실하게 일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쏘아 올린 꿈이 하늘에 닿아야 합니다. 투기와 욕심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사람들의 꿈은 절대 하늘로 오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10-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9. 26

토빗 4장 8절
네가 가진 만큼, 많으면 많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 적으면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