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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가톨릭대(CUA)에서 논란이 된 피에타 형상 이콘. |
존 가비 미국가톨릭대 총장이 2년 전 경찰 폭행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예수에 비유한 듯한 교내 전시물이 논란에 휩싸이자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야기했다”며 사과했다.
교내 법정대학 소성당 외벽에 걸린 전시물은 흑인 예수가 성모 마리아 품에 안겨 있는 피에타 형상의 이콘이다. 마리아의 시선이 예수를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관람객을 응시하는 점이 독특하다.
이 이콘을 제작한 예술가 켈리 라티모어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콘 속 남성이 예수인지, 아니면 조지 플로이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지 플로이드는 2020년 5월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후 추모 물결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이어졌다.
학생들 입방아에 오르던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에 소개된 이후 신성모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차별과 공권력에 억울하게 희생됐다 하더라도 그를 신성한 예수에 비유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교정 밖에서 오히려 더 컸다.
가비 총장은 “이 작품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장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 계신 예수를 바라보라는 의도에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것이 성탄의 신비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하느님이 되고자 열망할 수 없다”며 일부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예수님과 동일시하는 데 대해 반대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유명세를 타더니 도난 사고까지 발생했다. 대학 측은 작은 복제품을 다시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지난 연말에 누군가 떼어갔다. 작품이 걸려 있던 벽면은 비어 있는 상태다.
가비 총장은 “도난 사고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작품 대체를 생각해보는 동안 벽면은 비워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총장으로서 일관되게 지켜온 게 ‘취소 없음’ 원칙”이라며 작품 철거를 지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작품 탈취 같은 ‘괴롭힘의 전술’이 아니라 사려 깊은 대화와 토론에 참여하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적 풍요와 가톨릭교회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예술 작품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신학대학 측에 ‘성미술과 토착화’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