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사상자는 점점 늘어나고 4400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대선 후보는 이번 사태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 공분을 샀다. 또 다른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확실한 힘과 동맹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도구, 상대 후보의 정책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23일 일반 알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전쟁의 신이 아닌 평화의 신이신 하느님 앞에서 진지하게 양심을 성찰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천주교를 비롯한 시민ㆍ종교 단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주한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했고, 같은 날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는 서한을 보냈다. 염수정 추기경도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를 통해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를 지원하도록 했다. 특히, 교황은 재의 수요일인 2일을 평화를 위한 단식의 날로 제안하고 전쟁의 광기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인이 마음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사순 시기다. 위정자들이 정치적 이익을 넘어 고통받는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신자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을 묵상하고 평화를 위한 기도 행렬에 동참하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