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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연의 드라마 속으로] ‘서른, 아홉’, 가족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백소연 레지나(가톨릭대 학부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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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어김없이 아동학대 관련 뉴스에는 계모와 계부, 입양 등의 수식어가 또렷이 부각된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관계의 진정성은 자주 의심받지만, 그렇다고 혈연이 사랑과 헌신을 온전히 담보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의 80는 친생부모이며 노인 학대의 50는 아들과 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얼마 전 종영한 JTBC의 드라마 ‘서른, 아홉’은 지금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끊임없이 가족의 문제를 소환해 온다. 차미조는 유복한 집안에 입양되어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였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슬픔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나 생모를 찾아 그토록 풀고 싶었던 의문의 답을 구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마주한 진실은 처참하기만 했다. 사기죄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생모는 일말의 미안함이나 죄책감도 없이 “태를 열어 낳아” 줬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인 미조를 이용하려고 든다. 그간 그런 생모가 뻔뻔하게 요구하는 돈을 몰래 구해주면서까지 미조가 상처 입지 않도록 지켜낸 것은 그녀를 입양한 지금의 부모님이었다. 미조의 진짜 가족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이 가족을 규정하는 방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내의 거짓말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결혼했지만 진석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내 품에 온 아이면 내 아이”라는 이유로 아들 주원을 끝까지 감싸 안는다. 선우의 아버지는 유산 때문에 입양한 딸 소원을 끝내 파양했지만 선우는 그런 동생을 지켜내기 위해 도리어 자신의 아버지와 단호히 거리를 둔다. 물보다 진하다는 피, 과연 그 피보다 진한 것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들이다.

사실 미조, 찬영, 주희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헌신하는 관계야말로 현실의 가족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조는 찬영의 시한부 선고 이후 어렵게 마련된 자신의 안식년을 포기하고 친구를 돌보기 위해 그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놓는다. 주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갖게 된 행운, 복권 4등의 당첨 기회마저 찬영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포기한다. 친구 찬영이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한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들은 친구의 곁에서 그 삶의 끝마저 온 힘을 다해 함께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초반부터 찬영과 진석의 불륜 상황은 계속 논란이 되었다. 시한부 선고나 버킷리스트 등의 소재 역시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등장인물들이 얽히게 되는 과정도 거듭되는 우연에 기대고 있다. 또한, 비현실적일 만큼 지나치게 이상화된 관계가 주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연대의 힘, 그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미덕을 지닌다.

가족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혈연으로 이루어진 소위 정상 가족의 신화도 깨지고 있다. 그래서 가족의 형태를 정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서로에 대한 돌봄과 헌신, 사랑과 의지로써 그 의미를 재정의할 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드라마 ‘서른, 아홉’이야말로 변화된 이 시대 가족의 의미를 아름답게 상상해 낸 작품이라 할 것이다.

 

 

 

 

 

 
▲ 백소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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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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