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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
「초승달과 밤배」, 「오세암」, 「느낌표를 찾아서」 이 작품들의 작가는 누구일까요? 그의 작품은 아주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깊은 내면을 돌아보고 긴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습니다. 1990년대 평화방송 방송위원이기도 했던, 동화 작가이자 시인인 정채봉 프란치스코님의 작품들입니다. 정채봉님의 시 가운데 ‘만남’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중략)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시인은 생선, 꽃송이, 손수건 등 일상의 사물 속에서, 세상 인간사에 맺어지는 다양한 만남의 특징을 너무나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크고 화려한 만남도 비린내가 진동할 수 있고, 반대로 작고 소박한 만남에도 위로와 평화가 남을 수 있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강조하며 시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지난 4월 12일 화요일,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 첫 지방 순회 일정으로 보수의 심장이라 일컫는 대구를 선택했습니다. 일정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끈 만남은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당선인은 “면목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박근혜씨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에서 파면당한 후,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죄송하고 무엇이 면목없다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만남의 시점도 지방선거를 불과 50여 일 앞둔 시점에, 그것도 대구시장 예비 후보 유영하 변호사와 동석한 것 등 비린내가 진동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이 만남을 두고 감동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당선인은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때 수사 검사였기에 인간적 미안함을 전달한 것이며 국민 통합을 향한, 마음 따뜻해지는 만남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신지요? 이 둘의 만남은 생선 같은 만남일까요? 아니면 손수건 같은 만남일까요? 물론 당사자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올 수 없으니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만남의 성격은 당사자들의 앞으로 행보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인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각자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서로가 취하는 앞으로의 태도와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탄핵이 부정되거나 최고 권력자의 범죄가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인간적 만남으로만 남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만남이 우려와 오해를 낳지 않도록 관련자들은 역사와 진실 앞에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