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노동절을 맞아 “젊은이야, 일어나라!”(루카 7,14)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주교는 담화에서 “세상의 아픔과 치유는 언제는 사회적 약자로부터 시작된다”며 1988년 열다섯 살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가난한 농부 집안의 소년은 중학교 졸업 앞두고 온도계·압력계 제조업체에 출근했고, 수은을 유리관으로 빨아들여 온도계에 주입하는 일을 하다 숨을 거뒀다. 15세 소년의 죽음은 밀알이 되어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안타까운 죽음 후 30년이 훌쩍 지났고 노동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 또한 향상됐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학교에 있기에 ‘청소년 노동자’라는 말도 낯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편의점과 각종 서비스 시설, 공장, 거리 등의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체가 영세하거나 부도덕한 고용주를 만날수록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체납, 사고와 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교육청이 조사한 10대들의 노동인권 실태에 따르면 서울 중·고등학생 7.7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고 이 중 44.6가 노동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답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노동인권 침해 사례는 제대로 파악할 수조차 없다. 2011년부터 10년간 19세 이하 청소년 63명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나 그들의 쓸쓸한 죽음은 세상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김 주교는 담화에서 청소년 노동 문제는 “인간 탐욕이 만든 고질적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노동자가 어리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노동 가치를 폄하하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 청소년 노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