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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을 만난 원주민 공동체 대표단이 4월 1일 기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 캐나다 교회가 기숙학교를 운영하면서 원주민 어린이들을 학대한 잘못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다.
교황은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에드먼턴과 퀘벡, 이칼루이트를 방문해 피해 생존자들과 원주민 공동체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바티칸이 13일 발표했다. 교황은 무릎 통증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버거운 상태다. 하지만 몇 차례 공언한 방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캐나다행을 결심했다고 바티칸은 덧붙였다.
원주민 어린이 학대는 가톨릭교회가 1880년부터 약 100년간 원주민 기숙학교를 운영하는 동안 어린이들에게 가한 폭력과 학대 참상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준 비극을 말한다.
지난해 5월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던 캠룹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215구의 유해가 발견돼 원주민 사회가 분노에 휩싸였다. 정부 조사 결과 피해자 상당수는 각종 학대와 영양실조, 성폭행 등에 시달렸다. 다른 기숙학교 부지에서도 이름 없는 무덤 715개가 발견됐다. 원주민 밀집지역 기숙 학교들에 수용된 아이들 15만 명 가운데 4000여 명이 여러 형태의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숙학교는 정부가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설립해 그리스도교 단체들에 운영을 맡긴 시설들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 사회에서는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캐나다 주교단은 즉각 “내 탓이오”라는 입장을 밝히고 진상 규명과 원주민 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원주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황은 이미 지난 3월 말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단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을 만나고 나온 원주민 대표들은 “교황님은 우리 생존자들이 각자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셨다”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교황님의 큰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상당히 늦었다”면서도 “올바른 일을 하는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진실, 정의, 치유, 화해’라는 네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고 그들이 전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캐나다 방문은 ‘화해와 치유의 여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