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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평화칼럼] 우연의 기적

박용만 실바노((재)같이걷는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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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잠자리에서 누운 채로 핸드폰을 집어 그 날 아침에 나온 중요한 기사들을 훑어보고 일어난다. 스마트 폰이 생긴 후 몸에 밴 버릇이다. 주요 기사들을 알아서 발췌해서 보여주는 앱을 열었더니 교황님 기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관심 분야를 지정하면서 교황님을 등록해 놓은 덕이다. 그 날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기도와 단식과 자선 실천의 날로 정하고 동참을 촉구하신 날이라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기꺼이 동참해야지 다짐을 했다. 그런데 기도와 단식은 결심만 하면 될 일이지만 자선은 어떻게 하나 막연했다. 늘 해오던 봉사활동이나 지원과는 별도로 뭐든 그 날의 취지에 맞춰 무엇이든 새로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았다.

고민을 하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책상 앞에 서서 가방을 여는데 그 날 따라 가방의 내용물들이 무질서하게 보였다. ‘에라 내친김에 가방 정리나 하자’ 하고 가방을 거꾸로 들고 내용물을 모조리 책상 위에 쏟아 냈다. 서류 뭉치며 필기구 등이 한 아름 쏟아져 나왔다. 매일 들고 다니는 서류 가방이라는 것이 거의 습관화된 몸의 일부 같다. 그러니 내용물도 습관적으로 집어넣고 꺼낸다. 이러다 보니 일부는 왜 들고 다니는지조차 불분명한 것들도 많다. 아무튼 그렇게 쏟아 놓은 서류더미와 잡동사니 사이에 한쪽이 노랗게 바랜 신문지 조각이 눈에 띄었다.

휴지통에 버릴 기세로 집어 들고는 혹시나 싶은 호기심에 펼쳐보니 2014년 12월의 평화신문 기사를 내가 잘라놓은 조각이었다.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양로원의 운영이 어려워 수녀님이 쑥개떡을 시장에 내다 팔아 비용 조달을 한다는 기사였다. 기억이 돌아왔다. 6년 전 그 날 기사를 읽고는 마음이 아파 손으로 주욱 찢어 넣어 놓고는 잊어버리고 지나간 신문 조각이었다.

우연치고는 너무도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워낙 가방을 좋아하는 나는 가방이 꽤 많다. 그렇게 가방이 많아도 집사람이 치우려 하면 펄쩍 뛴다. 싫증이 나면 계절따라 한 번씩 바꿔서 돌아가면서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방을 바꾸면 내용물을 전부 꺼내 옮겨야 한다. 그러니 그 신문 조각이 어떻게 서류더미 사이에 끼인 채 수십 번 가방을 바꾸는 6년 동안이나 나를 따라다녔는지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게다가 하필 그 날 왜 갑자기 가방을 정리하고 싶었으며, 찢어 놓고 잊어버린 그 기사가 바로 그 날 내 눈에 띄었나 싶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희박한 확률의 사건을 접하고 나니 이건 하느님 뜻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을 할 수 없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바로 기사 속 양로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자그마한 양로원은 힘들게 꾸려 나가시지만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할머니들도 건강하고 편안해 보이셨다.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 인연에 감사하며 준비해 간 금일봉을 드리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긴 인연으로 지금까지 가끔 양로원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봉사자들과 함께 가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곤 한다.

그 후에도 이상한 우연은 계속됐다. 첫 만남만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할 때마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아차! 할머니들 간식 챙겨드린 지 오래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봉사자들과 연락을 하면 다른 봉사자가 뜬금없이 ‘과자를 사서 어제 가져다 드렸다’고 하고, 특식을 하기로 하고 메뉴를 뭘로 하나 걱정을 하는데 느닷없이 아내가 스위치를 켠 TV에서 딱 맞는 음식을 조리하는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니 하느님의 뜻이라고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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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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