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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A Man of His Word’ 포스터. |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제21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5선인 김진표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에서 선출된 후보를 본회의에서 추인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최종 확정 절차만 남았습니다. 반면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여야의 입장 차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법사위원장 자리는 21대 국회 개원 때부터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 6월, 여야는 상임위 구성을 위한 협상에 한 달 가까이 대치했습니다. 결국, 아무도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싹쓸이한 채 출발했었죠. 그러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지난해 7월, 11:7로 여야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여전히 법사위원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후반기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조건을 달아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이 약속을 지키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민주당도 할 말은 있는 듯합니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검찰청법 개정 당시 의장 중재안 합의를 깼기에, 원 구성 합의도 파기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양당이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 속에서 다음의 주장은 어느 당의 입장일까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보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야 한다.” 언뜻 보면 현재 야당인 민주당 측 주장처럼 보이나 이 말은 2년 전,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의 말입니다. 아울러 “법사위는 책임을 위해 여당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국민의힘 주장 같아 보이나, 앞선 사례와 같은 시기에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였던 김영진 의원의 말입니다.
이처럼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서로 똑같이 합의를 파기했고, 대선결과에 따라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각자의 말도 뒤집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적 이해가 중요하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주장을 서로 바꿔 말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기운 빠지는 노릇입니다. 정치에서는 분명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어진다면, 그 어떤 정치인도 말보다 중요한 신뢰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곤란한 경우에는 신중히 말해야 하고, 말을 바꿔야 할 때는 철저히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A Man of His Word’. 영화계의 거장 감독 빈 벤더스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을 우리말로 의역해보면, ‘말한 대로 사는 사람’ 혹은 ‘언행일치의 사나이’ 정도가 됩니다. 우리의 정치인들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사람, 그래서 그 말의 무게가 남다른 사람이 되길 응원해 봅니다. 말한 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라 하지만, 사실 말이란 것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무게가 달라지는 법입니다. 오늘도 자신이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려 하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평화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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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용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