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심각해지는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경 보호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 행사가 지자체와 환경 단체, 기업을 중심으로 열렸다. 거리 행진, 걸으며 쓰레기 줍기, 자전거 타기, 재활용품 교환 등 일정을 보면 행사 유치 단체의 홍보와 행사에 참여한 이들을 위한 이벤트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전쟁과 폭염, 홍수로 지구촌 곡물값이 치솟고 있다. 국내 산림 곳곳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최악의 가뭄에 작물이 타들어 가는 재앙 수준의 현실을 감안하면 ‘환경의 날’을 맞는 절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교회 내 환경 인식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 교회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지내며 교구와 본당 단위로 환경 실천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고 환경 보호 실천 우수 단체를 표창하며 신자들의 창조질서 보전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신자들이 참여하는 재활용품 분리수거, EM 세제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으로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기후위기와 생태영성」을 펴낸 엔지니어 출신 김사욱 시몬 농부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노아가 대홍수 뒤에 방주에서 내려 하느님과 다시 계약을 맺었고, 하느님께서 노아만 데리고 계약을 맺으신 것이 아니고 방주에 탄 모든 생물과 함께 공동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스도인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공동으로 생태계를 이루어 나가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한 존재다. 피조물에 대한 약탈적 파괴와 소비는 깰 수 없는 하느님과의 약속 파기다. 아직 기회는 있다. 먹고, 쓰고, 입을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면 지구라는 방주 안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