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며칠 동안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서울과 인천, 수도권이 대규모 침수 사태를 겪었습니다. 수천 대의 차량이 침수되었고 도로와 지하철이 마비될 정도로 도시 기능은 멈춰버렸습니다. 역대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의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올봄에는 동해안 일대에 대규모 산불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려 213시간 동안 산불이 꺼지지 않아 산림과 민가에 심각한 피해를 줬습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였고, 최장 시간의 산불로 기록되었습니다.
올해만이 아닙니다. 2년 전인 2020년에는 무려 54일 동안 지속한 장마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한 달 넘게 매일 비가 내리자, ‘이 비는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이미지가 SNS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이 한반도를 휩쓸었습니다. 강원도 홍천군 최고기온은 41℃까지 치솟았고, 서울도 기상관측 111년 만에 처음으로 39.6℃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폭염일수는 무려 31.2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기상 이변은 이제 더는 이례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기록적”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매년 새로운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위기의 피해가 더 가난하고 더 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번에 발생한 중부지역 집중호우로 신림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었다 하니 더욱 가슴이 아파집니다. 강남역 일대에서 값비싼 수입차가 침수돼 보험금으로 새 차를 구입하는 이들이 있지만, 전국 32만 가구가 넘는 반지하 주택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는 똑같은 기후위기를 겪지만, 그 피해는 결코 동일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가장 약한 사람, 가장 가난한 사람이 더 위험한 피해를 겪기에 이젠 “기후 불평등”이란 말도 등장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이젠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은 폭염 때문에,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집중호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기상 이변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입니다. 분명 일부 사람들의 문제와 위기로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고, 좀 더 과감하게 탄소중립을 앞당겨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먹는 육식의 빈도를 줄이지 않고, 지금 내가 타는 자가용 이용 횟수를 줄이지 않으며,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것이 우리 이웃에겐 생명의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목숨을 잃고 재산상 피해를 보신 모든 이들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기후 불평등 극복을 위해 지금 당장 생태적 회심을 앞당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