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사목적 배려 차원 동성 혼인은 제한했지만 교황청 입장과 배치돼 논란
벨기에 북서부 플랑드르 지방 주교들이 자신의 교구에서 동성 커플 축복 예식을 거행하겠다고 9월 20일 발표했다. 동성 커플을 위한 기도문도 승인했다. 다만 이 같은 사목적 배려에 동성 혼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제한을 뒀다.
동성애자의 ‘결합’과 ‘혼인’은 구분해야 한다. 동성애자들을 사목적으로 배려한다고 해도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맺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혼인을 인정하거나 축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 입장이다.
그럼에도 벨기에 주교들의 이번 결정은 동성 결합 합법화에 반대하는 교황청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지난해 3월에도 “교회는 동성 결합을 축복할 권한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의 한 매체는 “벨기에 주교들이 바티칸에 직접 맞서고(directly against)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주교들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동성애자와 그들 가족에 대한 사목적 배려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250항)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도 언급했다.
동성애에 대한 교황의 가르침과 가톨릭교회 입장은 분명하다. ‘동성 결합에 반대하지만,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들을 차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동성 결합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어떤 식으로든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기”(251항)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이가 자신의 성적 성향과 관계없이 그 존엄을 존중받고 사려 깊은 대우를 받아야 하기에”(250항) 그들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구 교회, 특히 유럽 북부 교회의 성직자들이 동성 결합에 개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일부 주교들은 동성애와 성 정체성에 대한 교회의 태도 변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교황청은 벨기에 주교들의 이번 결정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