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순 데레사(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은 3천년기 교회로부터 하느님이 기대하시는 길입니다.”
이것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5년 ‘세계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하신 말씀이다. 교황님이 어떤 “새로운” 길을 제안하려 하신 것은 아니다. 교황님은 시노달리타스야말로 교회의 본질적인 삶의 방식 자체라는 것, 그래서 3천년기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시노달리타스에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살아내는 교회”에 대한 교황님의 원의는 2023년에 개최될 세계주교시노드 개최에도 반영되어서, 이것이 전 세계 주교님들만의 시노드가 아닌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하는 시노드가 되는 방식을 택했다. 신자들의 가장 작은 모임들, 신심운동들, 수도회들, 그리고 본당의 다양한 그룹들에서 시노드 방식, 특히 경청과 식별이라는 방식을 통해 “백성의 소리들”이 울리고 모아졌으며, 이 소리들은 본당, 교구, 다시 각 나라 주교회의 차원에서 모아졌다. 그리고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올라온 이 소리들을 전 세계에서 초대된 이들과 함께 경청하고 식별하는 과정을 거쳐 ‘대륙단계를 위한 문헌’을 준비하였다. 이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이다. 곧 하느님 백성들이 “소리”를 내고, 그것을 함께 들으면서, 이 백성의 희망, 그리고 이 백성에게 향하는 성령의 희망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 말은 본당이나 교구에서 시노드를 개최한 것으로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할 일을 다했으니”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시노드의 여정은 내년 ‘세계주교시노드’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각 지역 교회의 크고 작은 공동체들은 그저 주교님들의 최종 문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시노드 여정에서 모아진 “소리”들을 함께 숙고하고 식별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은 보편 교회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것들은 “지금 여기에서”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하여 목자와 결합된 신자들의 크고 작은 공동체들은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실현의 단계에서 시노드에서 체험한 바로 그 “방법”이 적용된다. 목자와 신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도 함께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런 모습이 곧 시노달리타스이다. 그래서 시노달리타스는 종종 합창, 혹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이런 역동성은 작은 공동체로부터, 본당, 교구, 한국 교회 전체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대륙 단계를 위한 문헌’이 발표되고 나면 대륙별로, 그리고 전 세계 단계로 확장된다.
‘대륙 단계를 위한 문헌’은 단순히 대륙별 주교회의의 의안집이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경청과 식별을 통해 종합한 것을 다시 이 백성 전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모았던 소리를 이 결과에 다시 비추어 보게 하려는 것이고, 보편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삶의 자리를 통해 실현해야 할 것들을 보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되돌려줌”은 사실 시노드를 했던 각 단계마다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야 경청의 단계로부터 실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이 과정이 곧 시노달리타스이며, 교회의 삶의 방식이다. 시노달리타스는 시노드를 한 것으로 끝나는 하나의 이벤트도, 지나가는 유행 중의 하나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