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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30일 임란 칸 전 총리 측이 주최한 정치 집회에 참석한 페샤와르 에드워드대학 학생들.UCAN 갈무리 |
파키스탄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교육시설을 정치집회 장소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교내에서 정치 구호가 난무하면 가뜩이나 작은 신앙 공동체가 정치적으로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된 뒤 정권 재탈환을 노리는 임란 칸(Imran Khan) 전 총리는 지난 9월 30일 페샤와르 에드워드대학 교정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었다. 성공회가 운영하는 에드워드대학은 도시 페샤와르가 속한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 대학이다.
주 정부가 대학 측에 집회를 주최하는 형식으로 장소를 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는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의운동(PTI)이 집권한 지역이다. 칸 전 총리는 이날 집회에서 학생들에게 “도둑들이 운영하는 부패한 정부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고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이 전했다.
칸 전 총리는 지난 7월 펀자브 주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후 정권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무슬림연맹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몰아내고 정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칸 전 총리는 특히 대학교를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며 젊은이들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좌파인 아와미 국민당도 4일 같은 장소에서 정치 집회를 열어 에드워드대학은 정치 논쟁의 중심지가 돼가고 있다.
아자드 마샬 주교는 정당들이 대학, 특히 그리스도교 교육기관들을 선거에 이용하는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먀샬 주교는 “우리 교육기관들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정치인 구호가 아니라) 지식, 연구, 문화, 교육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로교회의 마지드 아벨 목사는 “교회 기관이 정당에 휘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칸 전 총리를 지지하는 그리스도교 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교회 내 집회) 장소를 물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회 지도자들이 말한 대로 파키스탄에서 그리스도교는 ‘모래알’처럼 작다. 인구 2억 2000만 명 중 95 이상이 무슬림이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그리스도인은 약 1.27, 가톨릭 신자는 140만 명(0.6) 정도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